'LCD 박사' 박윤민 대표, 만화를 현실로 만들다

입력 2011-11-16 11:59 수정 2011-11-1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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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회사 설립… 2002년 상장 삼성과 동반성장 길 선택 '승승장구'

▲디스플레이테크 박윤민대표
수백 명의 직원을 두고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 CEO를 만나다 보면 그들의 열정에, 피땀 흘린 세월에 감탄 할 때가 많지만 한 편으론 ‘참 쉽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들도 우리처럼 직장 안에서 상사에게 싫은 소리도 들었고, 매달 ‘급여바라기’를 했던 평범한 사람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업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하는 사람은 적다.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것이 있다. 디스플레이테크 안성 본사에서 만난 박윤민 대표도 그랬다.

“회사를 경영해야 겠다기보다 일을 하다 보니 사람이 늘어났고 그것이 경영으로 이어졌다. 나는 현재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배우고 있다.”

박윤민 대표의 말대로라면 디스플레이테크 법인을 설립한 게 1998년이니 13년 동안 경영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KEC와 오리온전기에서의 평범하지 않았던 직장생활이 바탕이다.

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중견기업인 KEC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해 반도체 연구원으로 토털 프로젝트매니저를 5년간 맡았다. 그 무렵 KEC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인수했다.

박 대표는 당시 그가 맡은 LCD 분야에 시쳇말로 ‘필’이 꽂혔다. “유리기판에 화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전율을 느꼈다. 만화 속 주인공들이 손목에 찬 워치폰을 보고 서로 대화를 하던 만화 속 이야기가 곧 현실이 된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생각을 하며 LCD가 선보일 환상적인 미래를 꿈꿨다.

◇ 열정· 사람· 지식이 재산

박 대표는 이같은 꿈을 바탕으로 LCD 개발 공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제조라인 근무를 자청했다. 당시 한국에는 없는 LCD전문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논문을 번역해 무수히 읽었고, LCD회사에 납품하는 장비회사에 접근해 LCD기술의 트렌드를 읽었다. 주변 납품업체에서는 ‘LCD 하면 박윤민’, ‘LCD 박사’라는 말이 떠돌았다.

당시 한국전자와 거래하던 휴대폰 개발회사 등 납품업체들은 LCD 개발과 관련해서 자주 박 대표를 찾았고, 박 대표는 개발을 직접 맡기지 않아도 상식선에서 자신이 아는 모든 부분을 풀어 놓았다.

하지만, 옮긴 지 얼마안된 새 직장인 대우 계열의 오리온전기는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LCD 사업을 포기했다. 박 대표도 1998년 초 일자리를 잃게 된다.

박 대표는 98년 디스플에이테크를 설립하고 세 명으로 출범했다. 박 대표와 거래하던 업체에서 LCD 개발이 필요하니 ‘디자인하우스’ 개념으로라도 일단 시작하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발은 했지만 생산이 문제였다. 당시 생산을 한다는 의미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회사의 사활을 건다는 의미와 같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작은 사무실에서 만든 작품’에 무한신뢰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꿈이 있었고 ‘부딪히면 된다’라는 생각에 무모한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기술과 사람됨을 인정받은 것이 재산이었다. 마침내, 박 대표는 뜻을 같이 하는 업체 대표를 만나게 됐고 직접 개발 생산한 제품이 제대로 빛을 보게 된다. 박 대표는 당시를‘한눈팔지 않고 LCD모듈에 목숨을 건 시기’라고 회상한다.

◇‘동반성장’ 길 선택, 승승장구

회사는 승승장구했고 2002년 말 코스닥에 등록했다. 2003년에는 휴대폰 업계의 거함 삼성전자(무선사업부)와 손을 잡았다. 대형 위주의 LCD만 생산하던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모바일용 TFT LCD 시장에 뛰어들면서 디스플레이테크에 손을 내민 것이다. 박 대표는 매출처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삼성전자 만을 위한 파트너 기업이 되기로 결단을 내린다. 자체 개발한 흑백 LCD모듈의 납품업체이자 LCD패널 후공정부터 모듈까지 생산하는 위탁가공회사 체제로의 전환이다.

동반성장의 길을 걸으며 2004년부터 회사는 폭발적으로 신장해 2010년 연매출 1718억원, 순이익 102억원에 이르렀다. 모바일용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생산에서 국내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9월 디스플레이테크는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80억원(자기자본대비 11.75%)을 들여 천안공장을 신축한다고 공시했다.

박윤민 대표는 요즘 자신의 경영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간섭하는’ 사장에서 ‘맡기는’ 사장으로의 변신이다. 그는 직장생활부터 구매, 생산, 영업 등을 모두 혼자 처리하다 보니 사장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회사 운영은 달랐다. 회사 일이 많아지다 보니 혼자 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직원들이 ‘사장님이 다 하시는데…’ 라며 수동적으로 변하고 책임자들은 스스로 ‘회사 기여도가 없다’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비즈니스나 영업을 자발적으로 하게 하기 위해 한발 물러섰어요. 처음에는 직원들까지 ‘사장님이 왜 저러지’라고 의심했는데 몇년 지나니 맡긴다는 것을 받아들이더군요. 해가 갈수록 직원들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소통을 위해서는 ‘성장통’이 필요합니다.”

박 대표는 최근 외부사람 보다 내부직원과의 시간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직원들을 통해 새로 경영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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