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先 비준 後 ISD(투자자국가소송제) 재협상’ 제안을 논의키 위해 의원총회를 열었다.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의 ‘수용 불가’ 방침에 무게가 쏠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일부 협상파 또한 이 대통령의 제안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의총에서 ‘ISD 등 독소조항 폐기를 위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기존 당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복수의 의원들은 전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ISD 폐기 후 비준안 처리 △한미 FTA 발효 후 협상 시작이라는 두 개의 안을 제시, 이를 논의해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또 “이 대통령이 이 정도 노력을 했으니 이 정부가 지금이라도 미국으로부터 교환공문(exchange of notes)을 받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발언에 나선 박주선 의원과 정동영 의원은 이 대통령의 제안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협상파인 강봉균 의원은 다음달 17일 선출될 새 지도부에 여야 협상권을 넘기자는 제안을 내놨다. 강 의원은 “몸싸움을 하면 예산안 등 다른 안건을 처리할 수 없다. 몸싸움보다는 본회의 표결을 하자는 게 내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협상파인 박상천 의원은 “이 대통령 제안을 수정해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정안과 관련해) 3개월 이내가 아닌 즉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순 의원은 기자와 만나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도록 토론해야 할 것”이라며 “당론이라는 게 백두산처럼 서 있는 게 아니잖나”라고 밝혔다.
잠시 의총장을 빠져 나온 문학진 의원은 “강경 대 온건의 기류가 6:4 정도"라며 "일부에선 문건화 등 수정제안도 잇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강경파의 경우 손 대표를 필두로 당력을 집중해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의원들은 “어려운 문제인 만큼 결론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이날 의총에서 당론 변경이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의총은 오전 11시 현재 박주선-강봉균-정동영 의원 발언순으로 진행, 이날 오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찬을 위해 도시락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