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오션을 찾아서]정체 시장 돌파구 모색하는 제약사 '바이오베터'

입력 2011-11-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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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신약 약효·복용법 개선…가격 높고 특허 구애받지 않아

▲LG생명과학, 녹십자,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경쟁이 심화된 바이오시밀러보다 효능과 가격, 특허 면에서 차별성을 갖는 바이오베터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일괄 약가인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의 시선이 ‘바이오의약품’으로 집중되고 있다. 기존 화학 합성의약품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높은 시장성과 임상 성공률의 바이오의약품에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이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내년부터 한 해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던 대형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생명과학,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최근엔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까지 가세했다.

◇ 전세계 20조원 규모…바이오 복제약 보다 점유율 높아= 이처럼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기업들의 거센 격전이 예고되면서 바이오신약의 약효나 복용법을 개선한 ‘바이오베터(Biobetter)’가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속속 시장에 등장하게 되면 오리지널약 보유 업체가 특허 만료 예정인 바이오신약의 구조나 안전성, 효능 일부를 바꿔 새로운 특허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바이오베터로 넘어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독자적인 특허가 인정 돼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관계 없이 출시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제품의 70%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과 달리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제품의 2~3배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베터는 400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단백질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47.7%(190억 달러, 20조원 규모)를 차지하고 있으며 높은 가격과 편의성을 강점으로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추세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및 바이오 시밀러와는 다른 독자적 효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성능 개선과 편의성 증대 등을 강점으로 전세계 단백질 의약품 시장에서는 바이오베터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바이오 시밀러보다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LG·녹십자·한올 등 내년 상용화 임박 = 국내에서는 LG생명과학, 녹십자,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바이오베터 개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LG생명과학은 매일 맞아야 하는 성장호르몬 주사제를 1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되도록 바꾼 서방형 인성장 호르몬 바이오베터 제품에 대한 미국·유럽 임상 3상시험을 마치고 미국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 회사 측은 허가가 나는 대로 내년 중에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녹십자도 경쟁이 심화된 바이오시밀러보다 효능개선, 투여횟수 감소 등 차별성을 가지면서도 특허에 구애받지 않는 바이오베터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엘라프라제’보다 효능이 개선된 바이오베터 제품‘헌터라제’에 대한 개발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세계적으로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미국 샤이어사의 ‘엘라프라제’ 가 유일하며 시장 규모는 약 5억달러에 달하고 있어 내년 제품이 상용화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외에도 항암 항체치료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적혈구감소증치료제에 대한 바이오베터를 개발 중에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다국가 1상 임상이 실시되고 있는 트라스트주맙 성분 항암 항체치료제(허셉틴)의 바이오베터는 기존의약품에 비해 적용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으로, 특허에 구애받지 않아 바이오시밀러보다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랩스커버리(LASCOVERY)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 베터를 개발 중이다. 이러한 기술을 적용한 파이프라인으로는 △지속형 당뇨병 치료제(LAPS-Exendin4) △지속형 인성장 호르몬(LAPS-hGH) △지속형 백혈구 감소증 치료제(LAPS-GCSF) △지속형 간염치료제(LAPS-IFNα) △지속형 적혈구 감소증 치료제(LAPS-EPO) 등이 있다.

이들 품목들은 최대 월 1회 투여만으로도 약효가 지속되도록 설계됨으로써환자들의 삶의 질과 약값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지속형 단백질의 전 세계 시장규모와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매년 약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현재 7개의 바이오베터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최근 C형간염 치료제로 사용되는 인터페론 알파 성분의 바이오베터 ‘한페론’의 미국 FDA 임상2상 환자투약을 완료하고 상품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번 환자투약이 완료됨에 따라 약 3개월간 임상데이터 분석과 임상결과 보고서 작업 진행 후 내년 2월 중 한페론에 대한 미국 FDA 2상 임상시험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오리지널 인터페론 알파 제품들은 1~3일에 1회 주사해야 하지만 한올의 한페론은 1회 주사로 1주일간 효과가 지속되는 것이 장점”이라며 “내년 2월에 나올 2상 임상시험 최종 결과 보고서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경우 글로벌 제약사와의 해외 기술수출 및 글로벌 신약으로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신약·바이오시밀러·바이오베터

바이오신약은 생물의 세포나 조직 내에 존재하는 단백질 등을 이용해 개발한 신약이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기간이 끝난 바이오신약을 복제하는 것으로 합성의약품의 제네릭과 비슷한 개념이다.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물질을 개량해 지속성을 부여하거나 효능과 부작용을 개선한 것으로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별도의 물질특허로 보호받는다. ‘수퍼바이오시밀러’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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