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의사가 아내와 4년 가까이 별거해 오다 혼전에 약속했던 '지참금'을 달라며 처가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소송 자체가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지 못한 염치없는 행위'라고 일침을 놓았다.
17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의사 A씨는 2005년 중매로 만난 B씨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고, 이듬해 B씨 부친은 "결혼하면 부동산을 팔아 현금 5억원과 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주겠다"는 각서를 썼다.
이후 2006년 A씨와 결혼한 B씨 측은 예단비, 승용차 구입비 등으로 2억3000만원을 내고 신혼여행 경비 1000만원도 부담했다.
그러나 B씨 처가가 부동산 매매 잔금을 받지 못해 앞서 약정한 살림자금과 아파트는 줄 수 없었다.
결혼 이후 A씨는 B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고 단 한 차례도 부부관계를 갖지 않아 불화를 키웠고, 설상가상 A씨가 결혼 전 사귄 여성들과 관계를 유지한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하지만 A씨는 적반하장으로 결혼 9개월 뒤 협의이혼을 요구했고, B씨 가족의 화해 노력에도 2008년 별거를 시작한 끝에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까지 냈다.
1ㆍ2심 재판부가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A씨에게 있다'며 청구를 기각해 대법원에서 확정됐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A씨는 결혼전 약속했던 현금 5억원, 5억원짜리 아파트의 절반인 5억원을 지급하라며 B씨 가족을 상대로 별도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12부(박형남 부장판사)는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난 후에도 지참금 청구소송을 낸 것은 부부로 만나고 헤어지는 데 있어 사람으로서 예의를 지키지 않은 염치없는 일"이라며 "인륜과 사회상규에 반해 권리남용에 해당하므로 청구를 기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