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16일 열린 제19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포지구단위계획구역내 개포2·4단지와 개포시영 등 3개 단지에 대한 정비구역 지정이 보류되면서 술렁이고 있다.
당초 서울시는 개포지구 재건축에 세대수의 20% 정도를 부분임대 아파트로 짓기로 했다. 이에 대한 주민공람이 끝났음에도 대다수 개포지구 주민들은 여전히 부분임대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위원회에서 개포지구 등 정비구역 지정안이 무더기로 보류되면서 박원순 시장의 反재건축·재개발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 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정비사업은 지난 2일 제18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된 불광제1주택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개포주공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박 시장 취임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선 사업이 장기간 지연될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무뎌지면서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 값은 하락 일로를 걷는 중이다. 개포주공은 지난 9월 대비 5000만~6000만원 이상 가격을 내린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고, 1단지에선 최근 한달새 1억원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곳은 비단 개포지구 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들이 시와 의견 조율을 이루지 못했거나 주민간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해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18일 예정됐던 ‘주택재건축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이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보류됐다. 주민들은 2대4대4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치은마의 소형주택 대부분이 시프트로 구성된 것에 반발, 1대 1 재건축 방식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은 고급 임대주택이 들어올 걸로 생각했는데 10평짜리 임대주택이 대거 들어온다고 하니까 반발이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종(種)상향 추진 여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업 추진이 미뤄지고 있는 사업장도 많다.
강동구 둔촌주공은 2종일반주거지역에서 3종일반주거지역으로의 종상향 추진을 두고 조합과 조합원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조합측은 종상향을 통해 부담금을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상당수 조합원들은 기존 2종 무상지분율 164%로 서둘러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서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추진위가 단지내 일부 지역 상업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송파구 가락시영은 최근 2종에서 3종으로의 종상향이 소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자고나면 가격이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상황이라 주민들의 불안감이 상당하다”며 “재건축사업은 속도가 관건인데 시와 조합간, 조합과 조합원간 의견 충돌로 추진이 계속 미뤄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