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자제도' 유명무실 위기

입력 2011-11-2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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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 선정 안돼"… 서울시 추진 조례 제동… 市선 "수용불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공공관리자제도’가 유명무실화될 위기에 처했다.

공공관리자제의 적용을 받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시공자 선정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직후(사업시행인가 이전)’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법제처는 지난 4일 국토해양부가 시·도조례에서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그럴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제처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의 개정연혁과 관련 조문 및 판례의 취지를 종합해 볼 때 사업시행인가 후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하는 조례 제정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공관리자제도 도입 전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조합설립 후 시공자를 선정하고 내역서 없이 가계약을 맺고 진행한 뒤 사업시행인가 후 본계약을 체결했다. 본계약 체결 때 가계약 금액보다 큰 금액이 증액돼 왔다.

시공사 선정시기는 서울시 공공관리자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시공자 선정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조정한 이유는 주민들이 충분히 비교 검토해 자율적으로 시공사를 선택하기 위해서다. 시공사 선정시기가 조합설립 직후로 앞당겨지면 입찰시 설계도·시방서·물량내역서 등 제출을 의무화한 내역입찰이 사실상 힘들어진다. 시공자 선정시기를 늦춤으로써 투명한 사업진행과 분담금 인하를 꾀하려던 공공관리제도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관리자제도는 유명무실화되고, 결국 폐지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 재개발조합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는 공공관리자제를 도입하면서 사업기간이 빨라지고, 공사비를 낮출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지키지 못했다”며 “법적 당위성까지 잃었으니 계속 이 제도를 추진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법제처의 법률해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시공자 선정시기는 공공관리자제도의 일부일뿐 핵심은 아니기 때문에 공공관리자제도 자체가 폐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서울시 공공관리과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시기 관련 부분은 작년 조례 개정을 하면서 법률 자문을 받았으며, 법률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동일 건으로 현재 헌법재판소 심의가 진행 중인 상태로 결과는 더 지켜봐야 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 공공관리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국토부의 반대가 있었지만, 오 전 시장이 강한 추진력으로 밀어부쳐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서울시의 수많은 사업장들이 무리하게 조합설립 후 시공자 선정을 밀어붙이면서 건설사 간 과다경쟁 등 부작용이 많았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업체가 급감함에 따라 사업이 지체되는 등 제도의 허점을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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