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신화의 주인공인 멕 휘트먼도 휴렛팩커드(HP)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일까.
HP는 2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2012 회계연도 1분기(올해 11~내년 1월) 일부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이 83~86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1.11달러 순익을 밑도는 것이다.
2012 회계연도 전체 순익에 대한 회사 전망도 주당 4.00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4.58달러에 훨씬 못 미쳤다.
우울한 실적 전망은 휘트먼 최고경영자(CEO)의 앞길이 험난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HP는 지난 회계 4분기(8~10월) 일부 항목을 제외한 순익이 주당 1.17달러로 전문가 예상치 1.13달러를 웃돌고 매출은 321억달러(약 37조원)로 시장 전망과 부합했다.
그러나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3.5% 줄었다.
전문가들은 휘트먼 CEO가 PC 부문의 쇠퇴에 따라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재무상태를 개선해야 하는 2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지난 8~10월에 인도와 러시아, 중국, 브라질 등 브릭스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으나 미국과 유럽의 부진으로 타격을 입었다.
PC사업 분사 계획을 섣불리 밝혔다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태블릿PC ‘터치패드’는 냉정한 시장 반응에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판매를 중단했다.
여기에 지난 8월 영국 소프트웨어업체 오토노미를 117억달러에 인수하면서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지난 7월말 기준 130억달러의 현금이 있었으나 오토노미 인수분과 터치패드 중단으로 인한 손실액 10억달러를 감안하면 현금이 거의 바닥난 셈이다.
다른 기술기업에 비해서 부채가 많은 점도 우려된다.
단기 회사채를 포함한 회사의 부채 규모는 지난 7월말 기준 250억달러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휘트먼 CEO는 10년간 이베이를 이끌어오면서 회사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도약시켰지만 HP에서도 그의 리더십이 먹힐 지는 실적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