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미 FTA, 농업 새발판으로

입력 2011-11-22 12:19 수정 2011-11-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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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이 뜨거운 화두다. ISD 조항이 쟁점화 되며 여·야간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국회 안팎으로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세부적인 항목과 절차상의 문제에 관해서는 물론 충분한 토론과 합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한-미 FTA 자체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미국, EU 외에 캐나다, 호주, GCC 등과의 FTA도 현재 협상 중에 있어 한국 산업 전반의 시장개방은 이제 필연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개방에 따른 우려가 가장 많은 분야는 무엇보다도 농어업분야다. 미국, EU와의 FTA로 연간 약 1조원 가까이 생산액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벌써 피해를 걱정하는 많은 농어민들이 FTA 비준을 반대하고 있다. 농정 수행의 최일선 조직의 사장으로서 농어민들 못지않게 염려가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국민의 생명산업인 농어업이 흔들리는 것은 곧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을 고려하면 농어업 분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총 인구 중 농가 인구 비중은 선진국을 크게 웃도는 7% 수준이어서 농어민들의 피해 역시 비중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농어업분야에 특히 적극적인 보전대책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우리 농어업은 많은 위기 속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성과도 있었다. 단순한 생산 위주에서 벗어나 한방, 바이오, 식품가공, 체험관광 등 2, 3차 산업과의 복합산업화를 꾀하며 꾸준히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왔다. 그동안 지자체와 농업인들이 부단히 노력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앞으로도 농어업 분야의 미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농어촌 자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농어촌 경관을 통한 관광산업, 어촌특화산업, 해외농업개발 등 농어업 분야는 당장 나타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보다 미래의 가치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의 개방은 우리 농업의 위기인 동시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FTA 대비책이 단순히 피해를 줄이고 소득을 보전하는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고, 농업분야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수반될 때 가능한 이야기다. 농업이 국경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만의 특화된 전문화와 농정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만 우리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2007년부터 농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꾸준히 추진해오고 있다. 농업 분야별로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10년간 22조 가량의 재정지원을 계획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재임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역시 농어업 경쟁력 강화를 미래전략 T/F를 구성하고 농어업 분야의 새로운 비전을 찾고자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있다면 위기는 도전의 기회가 된다. 지금도 전국의 많은 농어민들이 세계화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한숨짓고 있음을 항상 명심하고, 정부는 한-미 FTA 비준에 따라 농업 피해보전대책의 빈틈없이, 실질적으로, 그리고 충분하게 추진되도록 노력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또한 여·야와 관계기관 모두 농어민들의 눈물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현실성 있는 구체적 대안을 꾸준히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재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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