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그룹 총수)없는 회사라고 고전했는데, 요즘엔 덕을 보네요.”
건설시장에서 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깨고 있는 대우건설 관계자의 말이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뿐 아니라, 금호그룹에서도 독립하면서 주인(총수)없는 회사로 불리며 고전했던 대우건설이 타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잇따른 러브콜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LS그룹 계열인 LS전선의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공장부지 개발사업과 SK건설 계열사인 SK D&D의 강동구 길동 도시형 생활주택 시공사로 낙점받았다.
총수가 있는 그룹 계열사의 시공물량을 수주한 것이다. 심지어 이들 발주사들은 그룹 차원의 계열사로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다. 관행대로라면 범 LG가인 GS건설이나 SK건설이 시공물량을 가져갔어야 한다.
특히 SK건설은 강동구 길동 도시형주택 사업 발주사인 SK D&D의 최대주주(44.98%)다. 이는 건설업계는 물론 일감 몰아주기 관행이 만연한 재계에서 감히 벌어지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에 SK D&D 등 발주사측은 비용 절감을 내세우고 있다. 사업성 등을 따져 공정하게 타 건설사들과 비교해 본 결과, 대우건설이 가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SK D&D 관계자는 “수익형 부동산인 도시형생활주택의 특성상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시공비가 저렴한 곳을 택한 것 뿐”이라고 전했다.
대우건설도 비슷한 입장이다. 기술·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건설사를 선택한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오피스텔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택사업의 경우 경쟁력이 국내 최고 수준인 만큼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대우건설이 깬 결정적 이유에 대해 건설업계는 “그룹사 간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총수가 없는 대우건설에 기업인 탓에 부담없이 시공권을 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즉 A건설을 보유한 A그룹이 B건설에 물량을 주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해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그룹 계열 건설사 몰아주기가 어려울 만큼 건설업계 경영난이 심각하는 방증”이라며 “해외수주 저가수주를 그룹 계열사 건설사 밀어주기로 메꾸는 행태는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