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판 아바타' 나오려면…

입력 2011-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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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외진 레드로버 대표이사

2009년 12월 개봉한 3D입체영화 ‘아바타’는 국내 유료 관객 1300만명을 기록하며 3D 영상시장의 신드롬을 일으켰고, 국내외 영상 산업은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았다.

3D영상이 가장 적합한 분야인 영화산업은 3D영상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토이스토리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등 2010년 헐리우드 박스오피스 상위 12편 중 8편이 3D 작품이었다. 올해도 트랜스포머 3,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쿵푸팬더 2, 카 2 등 해외 3D 블록버스터들이 국내 영화시장을 점령했다.

3D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폭발하면서 국내 3D상영관도 급증했다. 2009년 전체 2125개 스크린 중에서 2.4%에 불과했던 국내 3D디지털 스크린 개수는 2010년 말 기준으로 전체 스크린의 25%를 넘어섰다.

3D의 파급력은 영화 시장 뿐만 아니라 방송, 게임, 컴퓨터,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국내 3DTV 시장이 올해 1783억원, 내년에는 3263억원으로 급속히 성장해 2016년에는 840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3D 콘텐츠 제작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바타’ 개봉 이후 3D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두 편의 상업용 3D 영화 ‘나탈리’와 ‘7광구’가 제작됐으나 흥행 뿐만 아니라 3D의 기술적 완성도 측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전문 장비, 제작비, 시간 등 3D영화 촬영여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전문촬영인력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아바타’로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영화뿐 아니라 다른 3D 콘텐츠도 사정은 비슷하다. 3D 콘텐츠가 유통될 만한 채널과 플랫폼이 부족하고 수익모델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콘텐츠보다 1.5배 이상 높은 제작비가 소요되는 3D 콘텐츠가 쉽게 만들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방송시장에서는 2010년 스카이라이프가 3D채널을 오픈했을 뿐 지상파 3사는 다큐멘터리나 뮤직비디오, 스포츠 중계 등 테스트베드 형태로 시험방송 중이다. 그나마 극장용 3D입체애니메이션 ‘넛잡’이 전세계 배급을 목표로 제작이 진행 중이고, EBS가 제작한 3D 영상다큐멘터리 ‘신들의 땅 앙코르 3부작’이 국내 다큐 사상 최고가로 미국에 수출되어 관심을 모은 게 고무적이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이 14년간 구상하고 4년에 걸쳐 완성시킨 대작 ‘아바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리하게 3D영상콘텐츠 결실 만을 쫓기 보다는 3D입체영상시장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차원에서도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춰 각종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

우선 기획과 투자, 장비 수급, 전문인력 확보 등 3D입체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본적인 파이프라인 구축이 체계화 돼야 한다. 또 3D 콘텐츠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우선 3D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아울러 정부가 전문 인력 양성, 3D채널 확대, 제작 지원 등 지속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제작사, 개발사들이 안정적으로 3D입체컨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넷째, 제작사들은 애니메이션, 액션, 스릴러, 콘서트, 스포츠 등 3D입체에 적합한 킬러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장르 확대를 위한 제작 R&D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유를 갖고 제대로 된 3D콘텐츠 제작에 열과 성을 다 할 때이다. 물론 정부정책지원, 업계의 바른노력 등 많은 실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고 제작 인프라가 구축되면 제 2의 ‘아바타’가 대한민국에서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외진 레드로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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