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우등생이 '전국 1등'에 대한 강요를 못 이겨 어머니를 살해했다. 심지어 시신을 반년넘게 집안에 방치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친구들을 초대에 라면까지 함께 먹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학벌중심 사회와 대화 및 소통의 단절로 빚어진 비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25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A(18)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지난 3월13일 오전 11시께 광진구의 아파트 자택에서 부엌에 놓인 흉기로 어머니 B(51)씨의 목을 찔러 숨지게 한 뒤 8개월간 시신을 숨겨둔 혐의를 받고 있다.
평소 어머니 B씨는 "전국 1등을 해야 한다. 꼭 서울대 법대를 가야한다"며 자주 폭력을 휘둘렀고 아들의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을 안주거나 잠을 못자게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군은 모의고사에서 4천등 이내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지만 어머니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성적표를 위조해 보여줬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은 안방에 있는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문틈을 공업용 본드로 밀폐하기까지 했지만, 5년 전 가출했다가 최근 집에 들른 아버지가 이상한 악취를 느끼고 경찰에 신고해 결국 범행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학벌에 대한 과도한 집착, 성적을 둘러싼 부모 자식 간의 갈등과 소통 부재에서 이러한 패륜범죄의 원인을 찾고 있다.
학생상담센터 한 관계자는 "학생 개인의 기질적 요인과 가정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며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이런 부분을 도외시하고 기계적 학업성취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