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DR(주식예탁증서)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고섬 사태 때문이다.
중국고섬은 국내 1호 DR상장사로 싱가포르에 상장돼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DR형태로 2차 상장했다. 이후 기업회계 문제로 싱가포르 시장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거래가 정지됐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몰고 온 이 사건으로 해외DR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DR은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제대로 활용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해외DR발행포럼’은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 상장사 IR담당 CFO, 미국 나스닥, 홍콩 거래소, 런던 거래소 등 110개사 180여명의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해외DR은 기업입장에서는 유상증자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주주의 해외분산으로 기업의 지명도와 이미지를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적 수요와 거래로 국내 주가가 동반상승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도 유상증자보다 주주가치 희석이 적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5월 싱가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OCI GDR의 경우 약 7.28%의 하락율을 보였고 지난 2008년 2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태웅GDR의 경우도 약 7.88% 하락율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를 발표했던 대한해운은 상장후 47.98%, 올해 10월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동양의 경우도 42.32%의 하락율을 보였다.
기업들이 흔히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유상증자의 경우 발표후 40%대의 주가하락율을 보인 반면 해외DR은 7%대 하락율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브릭스(BRICs)국가들의 기업들은 최근 해외DR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이뤄진 104건의 해외DR 기업공개 중 80%가 브릭스 기업이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신규 상장된 기업 중 20%는 중국기업이다.
김경동 예탁결제원 사장은 “브릭스 기업들의 성공사례는 우리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진출함에 있어도 동일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음 시사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자본조달 통로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DR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방법을 추가한다면 더 많은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