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에 카드사들이 백기 투항하자 여타 대기업까지 수수료 분쟁이 확산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실제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들은 현대차 사례를 들며 수수료 인하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국내 자동차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함에 따라 삼성, LG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수수료 인하 요구에 나설 것이라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은 아직까지 이와 관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12월 들어 현대차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가 현실화되면 인하요구에 나설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특히 KT,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이들 이통사들이 원가 절감 방안으로 수수료 인하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이통사 입장에서 통신료를 카드대신 수수료 부담이 없는 계좌 이체를 유도하면 원가를 더 줄일 수 있다”라며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강하게 주문하면 이통사에서 카드 수수료부터 내려달라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마저 수수료율 인하에 나서게 되면 카드사들의 수익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중소가맹점은 전체 카드 가맹점 중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결제액 기준으로 카드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또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인하가 중소가맹점을 자극해 수수료 논란이 다시 확산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자영업자들은 30일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업종 구분없이 1.5%로 낮춰달라며 하루짜리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한편 카드사는 현대차의 요구에 무릎을 끓고 다음달 1일부터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75%에서 1.70%로, 체크카드는 1.5%에서 1.0%로 인하키로 했다. 현재 KB국민카드만 현대차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수수료율 인하를 놓고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