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시즌 마지막 대회 타이틀 홀터스에서 미국진출 데뷔 4년만이자 96번의 도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박희영(24·하나금융그룹)은 스포츠집안이다.
박희영은 전형적인 스포츠 집안으로 아버지 박형섭(50)씨는 테니스 선수 출신으로 현재 대림대학 사회체육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할아버지인 박길준(83) 옹은 체조(링) 선수로 국가대표로 활약하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와 동아대 학장 등을 역임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스포츠 DNA’로 박희영은 지난 2005년 프로에 데뷔하며 최나연을 제치고 신인왕을 받는 등 승승장구 했다. 언니를 따라 골프장을 다니던 박주영도 언니의 뒤를 이어 프로골퍼가 됐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골프로 시작해 골프로 끝난다.
결국 이번 우승은 동생 박주영(21·하나금융그룹)이 숨은 공로자다.
타이틀 홀터스 대회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둘째날 경기가 끝나고 박희영은 여느 때와 같이 동생에 전화를 걸었다. 박주영은 언니에게 “언니는 골프 치면서 무슨 생각해?”라고 대뜸 질문을 던졌다.
박희영은 “나는 루틴 생각하고 지키려고 하거나 타깃을 놓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거 같다”고 답변했지만 동생에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동생은 “그말은 정답이 아니야. 공을 어떻게든 홀에 넣으면 되는거 아냐?”고 반문하며 “복잡하게 딴 생각말고 홀에 넣는다는 생각만 해”라고 조언했다.
박희영은 다음날 나선 3라운드 초반 1번홀부터 보기를 범해 불안한 출발을 했다. 5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이븐파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을 시작한 박희영은 전날 동생화의 통화내용을 되새기며 ‘그래 복잡하게 생각 말고 홀에만 집어넣자’고 마음먹었다.
그는 후반 파 행진을 이어가다 15~16번홀 연속 버디에 성공했다. 동생의 조언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 마지막 18번홀까지 버디를 낚아채면서 단숨에 공동 1위로 도약,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박희영은 “동생 얘기를 들은 뒤 모든 것이 단순해 졌고 대회에 들어가서도 자신 있게 퍼팅할 수 있었다”고 전하며 우승영광을 동생에게 돌렸다.
박주영은 지난해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통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1부 투어에 데뷔했다. 올해 또다시 Q스쿨 최종전에 출전해 20위에 오르며 내년도 출전권을 따냈다.
박희영은 한국무대에서 뛰고 있는 동생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그는 “내년에는 동생도 KLPGA 정규투어에서 뛰게 됐으니 한국과 미국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 자매를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자매’가 한국과 미국 무대에서 동시에 우승 소식을 전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