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일본이야기]초밥·털게…훗카이도의 겨울이 반가운 이유

입력 2011-12-05 15:54 수정 2011-12-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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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겨울은 첫눈에 반한 첫사랑과 날카로운 첫 키스를 나눈 운명의 계절일 테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언 땅에 꽃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처럼 매서운 날씨도 아랑곳 않는 의지의 계절일 테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겨울은 강추위, 된바람이 세면 셀수록 달가운 최고의 ‘회’ 철! 펑펑 함박눈 쏟아지면 하얗게 요동치는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한 회 생각에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그들에게 겨울은 황제의 계절이다.

미식여행지로 빼놓을 수 없는 목적지인 일본 홋카이도는 특히 겨울에 더욱 미식가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맛의 성지. 맑고 청정한 바다가 공들여 빚은 해산물과 생선은 겨울에 더 풍성하고 신선도가 높기 때문이다.

바다만 홋카이도가 미식도시로 칭송받는데 공을 세웠다면 땅이 제몸을 치고 울 터. 홋카이도에 펼쳐진 드넓은 평원은 양질의 농수산물과 유제품을 길러내 홋카이도에 ‘낙농왕국’이라는 명예로운 별칭을 선사했다.

이렇듯 천혜의 환경에서 태어난 맛난 음식이 지천이라 굵직한 명물만 대강 쫓아다녀도 4박5일은 훌쩍이다. 홋카이도의 중심인 삿포로의 별미 털게, 맥주, 라멘, 징키스칸, 카레스프를 맛보는 중간중간 싱싱한 초밥을 음미하고 진한 우유맛이 일품인 아이스크림, 푸딩, 케이크까지 섭렵하려면 1일 3식으로는 어림없다. 그냥, 홋카이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땐 허리춤이 헐거운 바지를 입고 가는 게 상책이다. 맛있는 음식 양껏 즐기고 돌아올 때 내 몸에 꼭 맞는 맞춤 바지가 한벌 생기니 알차기 그지 없지 않은가.

초밥은 삿포로에서 서쪽으로 1시간 거리에 자리한 오타루가 으뜸. 이시카리 앞바다에서 갓잡은 생선을 밥 위에 바로 올리는 오타루의 초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품 중의 명품. 특히 겨울철 홋카이도에서 최상의 맛을 내는 성게알 초밥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 없어져 자칫 잘못하면 무딘 혓바닥을 깨물 정도다.

단지 신선한 재료만으로 오타루가 초밥왕국으로 우뚝 선 것은 아니다. 오타루에는 긴 시간 엄격한 수업을 마친 초밥 조리장만이 가게를 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때문에 오타루 초밥골목에 자리한 20여곳의 초밥가게 어디를 들러도 첨예한 손길의 조리장이 빚은 최상의 초밥을 맛볼 수 있는 것.

바다로 이어진 좁은 물길을 따라 가로등이 줄지어 선 오타루 운하의 이국적인 풍경도 겨울이 빼어나다. 어둠이 내리고 가스등에 하나둘 불이 켜지면 두터운 눈옷에 푹 싸인 운하의 풍경이 은은하게 수면 위로 떠오른다. 초밥으로 입이 황홀지경에 빠졌다면 이번엔 눈 차례. 초밥 접시 앞의 입과 달리 운하와 마주한 눈은 단속하지 않아도 전혀 후환이 없으니 마음껏 오타루의 겨울 낭만에 취하라.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맛, 게 요리는 삿포로 시내 스스키노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다. 삿포로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털게요리 전문점을 비롯해 홋카이도에서 내로라하는 대게 요리점들이 밀집해 있어 찜, 샤브샤브, 숯불구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게살의 깊은 풍미에 젖을 수 있다.

홋카이도 최남단 하코다테에서는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히는 밤 경치와 더불어 해산물 회덮밥 ‘가이센돈부리’의 맛을 놓치면 안 된다. 겨울이 제철인 각종 해산물과 싱싱한 회가 그릇이 꽉 차도록 푸짐하게 올라오는 가이센돈부리는 아사이치 수산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돈부리요코쵸’에서 맛볼 수 있다.

/㈜비코티에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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