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가맹점 수수료 논란의 중심에 섰던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의 수장이 최근 연말 만찬 모임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가‘현대카드 밀어주기’라는 업계의 눈총이 뜨거운 상황에서 두 사장의 관계가 다소 불편해졌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 최기의 사장과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은 당초 이달 20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으나 현대차 가맹점 수수료 인하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취소했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KB국민카드 출범 전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KB국민카드 분사를 준비하면서 KB국민은행 카드 부문 담당자들이 현대카드를 방문하기도 했다. 카드업계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카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어윤대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최기의 사장과 정태영 사장도 SNS족으로서 업계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10월 중소가맹점 수수료 논란이 불거지자 정 사장이 트위터를 통해 정 사장은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윳값을 더 낮추란다”며 “한 병 배달은 지금도 대부분 손해인데 우윳값을 한 드럼 사는 곳과 같이 하란다”고 글을 남겼다. 최 사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수수료 인하가 이미 제공된 고객의 혜택 축소로 향해 가는 시한폭탄처럼 보인다”며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말 저녁 모임이 갑자기 취소된 것은 최근 불거진 현대차와의 가맹점 수수료 분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KB국민카드측에서 현대카드에 서운함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 방침이 자회사인 현대카드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기존 1.5%에서 1.0%로 낮추면서 현재 1.0% 수준인 타 카드사의 신차 구매시 캐시백 혜택을 줄이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KB국민카드는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면서 지난달 4일부터 한달여간 현대·기아차 카드 결제가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KB국민카드는 카드업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현대차의 수수료 인하안을 수용했다. KB국민카드가 완강히 수수료 인하안을 거부한 것도 현대차의 요구가 단순히 원가 절감 차원이 아닌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12월 일정이 다른 일정이 많아 저녁 약속을 취소한 것"이라며 "새해 1월에 다시 날을 잡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