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연 사의를 표명한 박병엽(49) 팬택 부회장은 팬택 20년 역사의 굴곡을 온몸으로 겪은 설립자이자 오너, 경영인이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6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연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부회장은 “워크아웃을 겪는 5년만 동안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감당이 안되는 상태”라면서 “회사를 떠나 휴식을 갖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1962년 12월 30일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그는 1987년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면서 IT(정보과학)업계와 연을 맺고 1991년 3월 29일 팬택을 창립하고 무선호출기(일명 삐삐)사업에 뛰어들었다.
박 부회장은 이후 1997년부터 CDMA이동전화 단말기(휴대폰)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워갔다. 2001년 11월에는 현대큐리텔을 인수했고 2005년 12월에는 SK텔레텍(구 스카이)을 2009년 12월에는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합병해 지금의 (주)팬택을 만들었다.
거침없이 팬택의 성공신화를 써가던 박 회장은 2006년 암초를 만났다. 당시 유행한 모토로라의 휴대폰 ‘레이저’에 대한 부담이 창업 15년만에 유동성 위기로 작용한 것이다. 2007년 4월 19일부터 팬택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이때부터 박 부회장은 창업주로서 모든 권리와 약 4000억원의 지분도 포기하고 기업회생을 위해 밤낮없이 매달렸다. 매일 아침 6시출근, 퇴근과 주말은 없는 5년 반이 흘렀다.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박 부회장은 팬택의 경영전략에도 대대적으로 손을댔다. 그의 전략은‘선택과 집중’. 변화가 빠른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처해 2010년 초 스마트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으며 국내 제조업체 만년 꼴지 타이틀을 떼고 스마트폰 판매 2위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현재까지 박 부회장이 일군 팬택의 성과는 놀랍다. 팬택은 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된 지난 2007년 3분기 이후 현재까지 17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에는 827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영업익은 540억원, 영업이익율은 6.5%를 달성했다.
채권단과 주주들도 이 같은 노력을 인정해 작년 박 부회장에게 전체 발행주식의 10% 규모인 총 1억6400만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이례적으로 부여했다. 이 스톡옵션의 현재 가치는 9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팬택에 인생을 건 박 부회장이 워크아웃을 목전에 두고 갑작스럽게 사퇴를 결심한 진짜 이유는 뭘까? 도저히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로 알려진 박 부회장의 사퇴를 놓고 일신상의 이유 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