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터]부장님, 올해도 술로 마감하실겁니까?

입력 2011-12-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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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하자면서 '스트레스'만 주는 송년회, 괴로워요~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조씨(29.여)씨는 연말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장 내 내년 사업계획과 연말정산, 여기다 회사와 친구, 학교 선후배, 동호회 등 각 종 술자리가 밀물처럼 밀려들면서 한 숨이 깊어진다.

조씨는 특히 ‘알콜주의자’으로 통하는 직장 상사의 최악의 ‘술 매너’만 생각하면 열흘이나 남은 송년회에 벌써부터 눈 앞이 캄캄하다. 화합으로 마무리 돼야 할 직장 연말 술자리가 직장인들에게 부정적인 시간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 취업정보업체 커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 중 무려 57.9%가 ‘연말 송년회에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40.9%에 달하는 직장인들이 ‘지나친 과음’을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아 송년회에서의 음주가 직장인들에게는 큰 부담 그 자체다. 금전적 부담과 다음날 업무에 대한 영향도 뒤를 이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끌려간 연말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주사라도 부리면 그야말로 점입가경. 직장인들에게 연말 송년회는 생각만으로도 스트레스다.

◇이제 술 문화에도 ‘스마트’한 바람이 솔솔=소통은 없고 술잔만 오고가는 송년회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소모적인 행사일 뿐이라는 게 요즘 직장인들의 생각이다. 최근들어 음주 위주의 송년회 문화를 조금이나마 개혁해보자는 스마트한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업계에 몸담고 있는 곽 씨(32)는 “기업 문화와 기계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반면 정작 직장인들의 술 문화는 발전이 없는 소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영화 연극 뮤지컬 등과 같은 문화 송년회를 제안한 상태인데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광고 회사에 다니는 김 씨는(31) “친목 도모와 새출발이라는 시작도 좋지만 연말을 맞이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누리지 못한 문화생활을 함께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자신의 부서 내 직급 중 중간에 위치한 만큼 상사와 부하직원들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해 건설적인 연말을 보내자고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의미는 무색해지고 ‘숙취의 후폭풍’과 회식증후군만 남은 연말 송년회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바람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직장인 1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70%의 직장인들이 먹고 마시는 송년회 술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들은 특히 기존의 송년회에서 탈피하는 방식으로‘공연관람 등 문화 송년회’를 꼽았다. 무려 58.9%의 직장인들이 이에 동의했다. 직장인들은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는 시상식 송년회나 봉사활동을 통한 송년회, 새로운 것을 함께 배워보는 송년회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이같은 직장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 대기업들에서는 지난해부터 ‘문화송년회’를 실시하고 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씨(45)는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송년회 문화는 이제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기업들은 이제 화합의 의미를 재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어지는 술, ‘술에 대처하는 직장인들의 자세’=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한 번 뿐인 연말에 대한 강한 애착으로 두주불사식 송년회 문화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작심삼일에 그쳤던 계획들과 한 살 늘어나는 나이에 한 숨 쉬며 허심탄회한 푸념과 고백으로 개인적인 송년회까지 보내자면 철저하다 못해 지나친 송년회 채비도 필요하다.

조 씨는 “2차, 3차로 이어지는 상사의 술문화에 대비해 음주 전 반드시 식사를 한다”며 “빈 속에 마시는 술은 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지인들의 조언에 몰래 간식을 먹고 회식자리에 참석한다”고 전했다.

김 씨(32)역시 “과음을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피하되 평소보다 잦은 술자리로 간이 지치지 않도록 1주일에 3일 이상 술 약속이 몰리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의 숙취를 최소화 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김 씨는 과음한 다음날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담백한 국물을 마신다. 라면 등 얼큰하고 매운 음식을 먹고 싶지만 이어지는 술자리에 대비해 위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담백한 국물을 마시고 이에 앞서 꿀물과 같은 당분이 들어간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숙취해소 지론이다.

술을 마시기 전 미리 피할 수 있는 현명함도 필수다.

언론사에 종사하는 이씨(33)는 “연말 직장 송년회 술 문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되 이같은 자리에서 살아남는 자신만의 처세를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술자리 문화를 익히고 살아남는 것도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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