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일본 골프장 욕탕의 불편한 진실

입력 2011-12-08 06:56 수정 2011-12-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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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탕에 웬 여자?’

골프장 락커룸(rocker room)에 여직원이 왔다 갔다 하면 골퍼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한국 사람들이야 ‘경기(驚氣)’를 일으키겠지만 일본 사람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골프장 문화가 다른 탓이다. 사실 일본 골프장의 풍경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캐디가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며 ‘영걸’인 우리와 달리 일본 캐디는 환갑을 바라보거나 훌쩍 넘긴 여성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일본 캐디의 서비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볼은 귀신처럼 찾는다. 핀과 남은 클럽의 거리도 잘 맞추고 그린의 라인도 정확하게 본다. 라운드가 끝나면 클럽을 잘 손질해서 보관해준다.

또한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다. 허리를 수시로 굽히는 것은 물론 ‘미안합니다(스미마셍)’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젊은 한국 골퍼들은 익숙치가 않아 한편으로 마음이 불편하기까지 하다. 이는 코스에서의 일.

락커룸에 들어서면 낯선 풍경이 벌어진다.

우리는 플레이할 때 입은 옷과 골프화 등을 락커에 넣고 간단한 세면도구와 속옷만 챙긴다. 하지만 일본 골퍼들은 옷을 입은채로 옷가방을 들고 그대로 욕탕이 딸린 탈의실까지 갖고 간다. 그런데 이곳이 가관이다.

옷을 갈아입는 곳에서 여직원이 수시로 오간다. 옷을 벗고 입고하는 곳에서 수건도 개고 청소도 한다. 일본의 목욕문화를 이해하기까지 황당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일본사람들은 목욕을 하기위해 태어난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일본인은 하루에도 적어도 한 번은 샤워를 한다. 이유는 자연적인 영향. 산이 국토의 70%인데다가 주변이 모두 바다이기 때문에 습기가 아주 많다. 그래서 씻지 않으면 몸이 끈적거려 편안하게 잠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인은 우리처럼 때를 벗기는 목욕이 아니라 몸을 물에 담그는 정도. 일본인들은 그들의 기후 속에서 편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자주 목욕을 한다는 얘기다.

또한 사방천지(四方天地)에 온천이 많다. 온천지역에 가보면 남녀노소가 자연스럽게 대욕탕에서 혼욕(混浴)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한다. 옷을 홀딱 벗어버리지만 누구하나 신경 써서 보거나 부끄러워하는 이가 없다. 더구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은 남자의 때를 밀어주는 사람도 여자라는 것이다.

골프장의 락커룸보다 더욱 난처한 일이 일어나는 곳은 바로 욕탕이다. 탕에 들어가기 위해서 모두 옷을 벗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샤워를 하고,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감는 곳에서도 어김없이 여직원이 오간다. 수시로 들락거린다.

일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목욕을 한다. 그러나 이방인(異邦人)들은 쑥스럽기 짝이 없다. 눈을 마주칠까봐 곁눈질을 하거나 사시(斜視)가 된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나 수건으로 ‘거시기’를 가리게 마련이다.

이번 겨울에 따듯한 코코파리조트클럽과 공항36CC 등 일본 남단지역의 골프장을 찾으면 이런 묘한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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