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인혜 "캐스팅? 30초도 안돼 이뤄졌죠"

입력 2011-12-0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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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주연

‘눈 뜨고 나니 세상이 달라졌다’란 말을 그녀는 너무나도 뜨겁게 실감 중이었다. 배우이기에 작품으로 주목을 받아야 함에도 세상이 그를 알아본 건 노출이었다. 오랜 무명 생활의 설움 속에 온 기회라 생각하고 마음껏 자신을 드러냈다.

드러낸 것은 몸이었지만 배우 오인혜에 대한 존재를 알리고픈 간절한 마음이 분명 앞섰다. 간절한 바람이 이뤄진 걸까. 이제 ‘오인혜’란 세 글자는 올 하반기 온라인을 장식한 키워드 중 하나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또한 그가 주연한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도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드레스, 배우, 그리고 영화 속 오인혜. 지난 5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와 만났다.

◆ 부산 영화제, 그리고 드레스

배우 오인혜를 언급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선보인 노출 드레스다. 지금은 본인 스스로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오인혜’란 배우이자 튼실한 상품을 알리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단다. 의도와 결과는 들어맞았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오인혜는 “그렇게까지 파장이 클 줄은 몰랐다. 나를 알리고픈 생각이 컸다. 그냥 예쁘고 보이고 싶었는데 일부 영화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레드카펫 행사 후 온라인 악플로 눈물을 쏟았기도 했다. 자신에게 드레스를 선사한 디자이너에게 미안함이 마음이 너무 컸었다는 것. 대담한 노출 의상으로 성격 또한 화끈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소심하고 상처도 잘 받는단다. “부산영화제 이후 드레스만 보고 날 평가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보시는 것과 다르게 인간 ‘오인혜’는 보수적이며 연약한 여자다. 하지만 배우로선 두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노출 드레스 당시 화제가 된 부분은 당연히 그의 풍만한 가슴라인이었다. 오인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친가 쪽 고모들이 다들 글래머시다. 나도 이어 받은 것 같다”면서 “레드카펫 뒤 한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서 성형외과 의사가 내 가슴이 100% 성형한 것이라 하더라. 절대 아니다”며 웃었다.

◆ 배우, 무명 생활 그리고 첫 영화

그에게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진짜 시작을 알리는 기회다. 박철수 감독과 그의 조감독 출신 김태식 감독이 공동 연출한 옴니버스식 영화다. 오인혜는 ‘검은 웨딩’편에 출연했다. 이미 중학 시절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했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무명생활이 길었다. 이번 영화 출연 계기가 궁금했다.

오인혜는 “5~6년 정도 알고 지내던 방송 작가 분이 시나리오 하나를 건네 주셨다”면서 “그 분과 박 감독님이 친구셨다. 그렇게 자리가 만들어지고 출연이 일사천리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언론시사회 당시 박 감독이 말한 ‘30초 캐스팅’의 비밀을 묻자 “사실 30초도 안됐다”고 웃는다.

그는 “나와 박 감독님, 작가 분, 그리고 남자 배우인 조선묵 대표 이렇게 넷이 만났다. 그런데 감독님이 자리에서 한 번 일어나 나를 내려보시더니 ‘할래’ 이러시더라. 얼떨결에 그냥 ‘네’ 했다. 그게 다였다. 한 20초나 됐을까”라며 황당해 했다.

부산영화제와 거물급 감독 작품의 주연, 단숨에 벼락스타로 발돋움할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벼락’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알게 모르게 너무나 긴 무명생활을 겪었다는 것. 오인혜는 “이미 수많은 오디션을 봤고, 실패를 맛봤다. 어떤 영화는 출연 도중 교체되는 일도 겪었다”면서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하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이번 작품에 임했다. 배우 오인혜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검은 웨딩’ 속 오인혜

‘검은 웨딩’은 일반 상업 영화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박철수 감독의 작품이다. 더욱이 파격적인 올 누드 베드신도 있다. 내용 역시 젊은 여제자와 늙은 교수의 불륜이다. 상대역이었던 조선묵의 경우 극중 성기노출까지 감행했다. 20대의 신인 여배우가 결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오인혜는 “분명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박철수란 이름 석 자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 믿음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지금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 당시에는 분명 고생이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베드신 분량이 워낙 많았음에도 매 촬영 때마다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면서 “때문에 감독님이 매번 촬영에 앞서 와인을 건네 주셨다. 이성을 마비시켜야 한다며”라고 웃었다.

차기작 역시 박 감독의 ‘생생활활’. 성에 대해 취재하는 기자역할이다. 이번엔 노출은 없단다. 조만간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란다.

현재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 중인 오인혜는 “배우로서 내 가치를 이어 갈수 있는 보금자리도 조만간 알아볼 계획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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