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한국증시 두드리는 이유는?

입력 2011-12-0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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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증시를 노크하고 있다. 국내 상장 1호 일본 기업 네프로아이티가 회계 부정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됐지만 2호, 3호 일본 업체들이 우리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내시장의 상장비용이 낮으면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이점이 있는데다 국내 증시를 아시아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여기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증시의 강점으로는 풍부한 유동성이 가장 먼저 꼽힌다. 그에 반해 일본 증시는 대지진 여파에 엔화 강세와 유럽 채무위기 악재가 겹치면서 부진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케다 시게키 파워테크놀로지 대표는 “최근 일본 증시의 신규 상장 기업 수, 조달 금액 등에서 급격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한국 시장은 매매대금 및 유동성이 크고, 사업이 성장함에 따라 원활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부각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파워테크놀로지는 오는 12일 공모청약을 시작한다. 지난해 일본 검색엔진최적화(SEO) 시장점유율 1위(8.0%)를 차지했고, 2010년 기준 영업이익률 35.5%로 10% 내외의 경쟁사들에 비해 독보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첫걸음으로 상장을 택하기도 한다. 파워테크놀로지는 당초 도쿄증시 신흥시장인 마더스 상장을 추진했으나, 향후 사업 확대를 고려해 인터넷 산업이 발달한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게키 대표는 “상장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향후 한국 SEO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7월 “일본 기업들은 일단 현지 증시에 상장하면 소비자나 거래처 사이에서 지명도와 신용도가 높아져 사업을 추진하기가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최초의 코스피 상장 일본 기업을 노리는 SBI모기지 같은 경우다.

지난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SBI모기지는 일본 최초의 모기지뱅크(mortgage bank) 회사다. 주택자금 대출과 대출채권 매각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 1226억원, 당기순이익 270억원을 기록했다.

SBI모기지가 한국 증시로 눈을 돌린 이유는, 일본은 모회사가 상장됐을 경우 경영 독립성 등을 이유로 자회사 상장을 까다롭게 규제하기 때문이다. SBI모기지의 지분 73%를 보유한 모회사 SBI홀딩스는 현재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한국 투자법인인 SBI인베스트먼트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다는 인연도 고려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증시는 상장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라며 “일본 증시는 정보공개와 리스크 관리체제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 준비를 시작하고 상장하기까지 2~3년이 걸린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는 일본 기업의 IPO 담당자는 “통역 비용 등의 부가적 지출까지 고려해도 전반적인 상장 비용이 20% 가량 적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매출 600억원 규모의 전자상거래 결제시스템 업체인 액시즈(AXES)도 코스닥 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준비하고 있다. 액시즈의 최대주주는 SBI인베스트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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