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혁신과통합’(혁통)이 추진중인 야권통합이 9부 능선을 넘었다. 통합은 시대적 요청이자 국민의 지상명령이란 명분에서 출발했으나 과정이 이해관계로 얼룩지면서 감동을 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과 혁통은 7일 통합정당의 지도부선출방식이라는 핵심쟁점에 합의했다.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으로 하되 ‘대의원 30%, 당원·시민 70%’로 선거인단을 구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이 혁신하지 않으면 통합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문재인 혁통 대표의 ‘배수진’ 발언까지 나왔던 데다 시민통합당 창당대회가 예정됐던 이날 오전까지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결렬 우려까지 나왔다.
양측은 지도부 회동 뒤 “정당 통합 역사상 최초로 지도부 구성과 내년 총선 공천에 있어 지분나누기를 완전히 배제했다”고 자평했지만 지도부선출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누가 지분을 더 차지하느냐의 싸움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통합세력인 한국노총은 공개적으로 지분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앞서는 민주당 집안싸움이 시끄러웠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일부 당권주자와 지역위원장 등 독자전대파는 ‘원샷 통합전대’를 추진한 지도부와 충돌했다. 지도부 사퇴 및 단독전대 소집, 통합 표결처리 요구가 불거졌고, 지역위원장회의·중앙위원회의 등에선 몸싸움과 욕설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독자전대파는 ‘혁통 등은 통합 아닌 영입·복당 대상’이라고 주장해 갈등을 당밖으로까지 증폭시켰다. 임기 내 통합완료라는 치적을 이루고자 한 손학규 대표의 ‘밀어붙이기’도 문제였지만 공천과 당권이라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들의 ‘발목잡기’도 문제였다. 특히 박 의원은 손 대표에게 정치적 결별을 선언하고 전대에서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시사, 내홍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감동 없는 통합’이라며 ‘안철수 현상’에서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권 지지자는 50% 안철수가 5% 박원순에게 양보한 걸 봤는데 그보다 못하면 감동을 줄 수 없다”며 “그런데 싸우는 모습까지 비췄다. 더 이어지면 자칫 역겨움까지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