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관계자는 8일 “12월 1일자로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그룹의 관례처럼 돼 왔는데 올해는 내부 사정으로 인사가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올해 정기임원인사가 늦어지자 그룹 안팎에서는 사장단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재은 명예회장이 “그룹의 생존을 위해 인사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파격적인 인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정 명예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임직원들의 정신적 멘토로 여전히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달 초 임직원 대상 특강에서 “기업의 미래는 인사에 있다”며 “급변하는 미래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근간인 직원과 이를 관리하는 인사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기업들은 우수인재들이 부족한 반면 현상유지만 하는 인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개개인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필요한 인재’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정 명예회장이 이례적으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정 부회장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으로서는 정 명예회장의 주문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연말 인사 폭이 다른 그룹사에 비해 크지 않고 사장단 인사를 한 지도 몇년 된 것으로 안다”며 “인사가 늦어지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룹의 주력인 유통산업의 내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연말인사가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여겨진다. 대형 유통업계는 최근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다. 더욱이 올 10월부터는 판매수수료도 최대 7%포인트 인하해 이에 따른 이익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이와관련 신세계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세부적으로 추가검토를 한 후 내주 초 정도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