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상 타이밍 번번이 놓쳐…경기 하강 내년도 딜레마

입력 2011-12-08 10:52 수정 2011-12-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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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기준금리 정책 어땠나

▲김중수 한국은행총재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임영무 기자 darkroom519@
올해 기준금리는 세번 인상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 보다 잃은 게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힘들게 됐다. 더욱이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대외여건을 감안하면‘금리정상화’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가 경기활성화에 강박감을 갖고 있어 금통위가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며 “결국 내년 금리정책도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심화, 물가는 폭등= 올 한해 금통위의 통화정책 실기는 가계부채에서 드러난다.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이어가면서 빚을 빌리기 쉬운 구조를 만들었다. 올 3분기 가계 빚(가계대출+판매신용)은 892조4571억원으로 증가 속도가 멈추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윽박하는 억지정책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막아보려 했지만 풍선효과만 일으켰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가계부채에 대해서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 그는 지난 4월 가계부채와 관련 “중상위층의 빚이 많이 늘어나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최근에는 “한국경제의 당면과제”로 말을 바꿨다.

통계청의 물가지수 개편 꼼수에도 소비자물가는 11월 전년 동기 대비 4.2% 뛰었다. 12월 소비자물가도 연말 서비스가격 인상으로 높은 수준으로 보일 전망이다. 농산물, 석유류 등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까지 10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김 총재는 올초 “하반기 들어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는 빗나갔다.

◇경기마저 하강세, 내년 통화정책 난국= 금통위가 올 상반기 1월, 3월, 6월에만 금리를 올렸다.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었다면 경기라도 살아나야 할텐데 이마저 되지 않았다.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민간소비는 줄고 있다. 금리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 경기의 발목까지 잡았다.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8%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은 역시 “가계부채로 소비여력이 크지 않다”며 “내수가 둔화하면서 성장속도가 둔화 내지는 정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도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총선, 대선 등 정치적 일정도 겹쳐있다. 금통위의 행보에 제한을 줄 만한 요인이 산적해 있다.

박형중 메리츠증권 전략팀장은 “부동산 대출 규제까지 풀리면서 금리 인하는 더 어렵게 됐다”며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못해 운용 수단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기준금리가 아직 정상적인 수준보다 낮지만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쉽사리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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