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계의 ‘대모’로 위기의 버버리를 회생시킨 안젤라 아렌츠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비법은 무엇일까.
미국 중산층에서 시작된 그의 뿌리와 ‘매스 마켓’에서의 경험이 버버리의 입지를 굳히게 한 바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지난 2006년 로즈 마리 브라보 전 CEO로부터 버버리 수장 자리를 꿰찬 아렌츠는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아렌츠는 도나카란과 리즈 클레이본 등 위기의 패선 브랜드를 일으켜 세운 장본인으로 각광받고 있었고 버버리에도 ‘마법의 솜씨’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당시 업계에는 미국 인디애나주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 상류층 문화를 접해보지 못하고 자란 아렌츠가 버버리 CEO를 맡는 것에 대해 ‘미스캐스팅’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그의 30년 의류산업 경험만으로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를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버버리는 업계의 우려를 뒤로하고 영국 대표 브랜드 버버리의 가치를 재건할 인물로 아렌츠를 선택한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아렌츠는 2007년 3분기에 2억600만파운드 매출을 달성, 전년 동기 대비 22%나 성장해 업계의 우려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렌츠 CEO는 지난 2009년 버버리를 FTSE 100대 기업 계열에 올렸다.
버버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3억67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아렌츠는 1960년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옷을 직접 만들며 패션 업계 입문을 꿈꿨다.
그는 볼주립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의 속옷 제조업체 와나코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트렌드가 될 의류의 선택과 마케팅에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면서 주목을 받아 1989년에는 패션 브랜드 도나카란의 사장에 올랐다.
여성의류 브랜드 리즈 클레이본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업계에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아렌츠는 미국 캐주얼 의류 시장이 위축될 것을 감지하고 리즈의 사업을 의류를 넘어 새로운 분야로 다각화했다.
리즈는 현재 벽지와 가구까지 생산한다.
아렌츠는 리즈의 자회사인 쥬시꾸뛰르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소규모 의류업체에 불과했던 쥬시꾸뛰르는 아렌츠의 리더십과 함께 헐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아렌츠는 버버리의 CEO를 맡은 뒤 미래에 남다른 시각을 가지고 움직였다.
아렌츠는 버버리의 문제점으로 부분별한 상표권 남발을 꼽았다.
당시 버버리 상표권은 전 세계적으로 팔렸고 이는 버버리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버버리 스페인’은 캐주얼 의류를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당시 싸구려를 자처하며 저급한 취향을 추구했던 ‘차브’가 입는 의류로 전략했다.
아렌츠 CEO는 상표권을 재매입해 버버리 이미지를 재건했다.
해리포터로 유명한 영화 배우 엠마 왓슨을 모델로 선정해 기존의 낡은 이미지를 버렸다.
아렌츠 CEO는 이어 버버리 패션쇼를 이탈리아 밀란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겼다.
아렌츠는 버버리를 ‘런던 패션 위크’의 하이라이트로 부상시키는데 성공했다.
아렌츠 CEO는 온라인 판매를 늘리고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분석하기 위해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주력했다.
버버리 매장 판매원에게는 태블릿 PC인 ‘아이패드’를 지급했다.
버버리 패션쇼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3차원 입체영상(3D)으로 내보낸다.
트렌드에 무작정 편승하지 않는 것도 아렌츠의 마케팅 특징이다.
아렌츠의 끈질긴 노력으로 현재 버버리는 세계 80개국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아렌츠의 리더십과 함께 버버리는 더플백에서 실크 T셔츠, 캐시미어 보온병 커버, 화장품까지 섭렵하면서 세계 5대 럭셔리 브랜드의 자리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