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담, 신재정협약 합의…재정건선성 대폭 강화

입력 2011-12-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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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M 조기출범·IMF 추가

유럽연합(EU)은 8~9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정상회담에서 유로존을 휩쓰는 채무위기를 진화하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새로운 ‘재정협약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새 체제에 유로존 17개국과 비유로존 10개국 중 6개국이 참여를 확정하고 3개국이 의회 절차를 진행키로 하면서 EU 전체의 재정 건전성이 대폭 강화된다.

EU 정상들은 항구적 구제금융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를 조기에 출범시키로 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할 단기적 대책들도 마련했다.

다만 위기진화자금의 규모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아 향후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이 다시 동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U는 이번 회담에서 위기 재발을 방지할 조치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확대와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으나 내년 3월 회의에서 다시 논의할 여지를 남겨 놓았다.

EU는 앞으로 3개월여 동안 신재정협약의 내용과 이행방안 등을 구체화하고 각국 내부·유럽의회 등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정상회담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기존 유럽성장안정협약에는 “당해연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누적 공공부채는 6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황금률’에 제재를 강화했다.

새 협약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황금률을 자국 헌법이나 법규 등에 반영, 균형재정을 이뤄야 한다.

각 국가의 경제가 정상적일 때 당해연도 적자가 GDP의 0.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과 경기 부양책이 필요할 경우 이를 초과할 수 있는 규정이 새로 도입됐다.

회원국 평시 재정적자가 GDP의 0.5%를 넘게 되면 재정지출 축소와 세금인상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회원국 평시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기면 벌과금 등 제재 조치를 받게 된다.

제재 요건은 회원국 만장일치가 아닌 85%의 지지로 완화됐다.

EU 집행위원회 등 EU 기관들의 회원국 재정 운용에 개입할 권한이 크게 강화된다.

EU 회원국들은 매년 10월에 예산안을 집행위에 제출해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고 국채 발행 계획도 사전에 내야 한다.

중요한 경제 분야 개혁조치들도 유로존 차원에서 논의하고 조정해야 한다.

집행위와 회원국 간 이견이 있을 경우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중재역할을 맡게 된다.

5000억 유로 규모 기금의 항구적 구제금융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출범은 내년 1월로 1년 앞당겨진다.

ESM의 개입 여부는 기존 만장일치제에서 85%의 다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핀란드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의회와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1년간 ESM과 병존시키고 두 기관의 자금을 결합시켜 운용하는 방안에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는 내년 3월에 확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2000억유로를 추가 대출키로 했다.

1500억유로는 유로존 국가, 500억유로는 스웨덴 등 비유로존 국가가 부담하기로 했으며 분담비율등 구체 사항은 앞으로 열흘 내에 확정된다.

IMF는 EU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의 지원자금을 더해 유로존 위험국가를 지원하게 된다.

민간 투자자들은 ESM과 관련 유로존 구제프로그램 참여를 강제받지 않는다.

그리스 국채 투자자들에 대해 50%의 손실을 감수토록 함으로써 은행권의 불만이 컸음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역내 위기 해결을 위한 여러 조치들이 합의됐으나 구제금융자금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EU의 일부 기관 보고서는 신용경색을 풀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사태를 확실히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진화자금이 2조유로 이상 돼야 한다고 밝혔다.

4400억유로 규모의 EFSF와 5000억유로의 ESM의 기금에 2000억유로인 IMF 지원금을 합하면 1조1400억 유로다.

금융시장은 당분간 정상회담 결과에 긍정적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 등이 급등하면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유로본드 발행은 정상회담 발표문에 언급되지 않았다.

독일 등 일부 국가가 반대한 것으로 전해 졌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 방안이 죽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내년 3월 제출할 재정통합심화 방안 보고서에 유로본드 발행에 따른 혜택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유로본드 도입은 적어도 3~5년 이상 뒤에 가능하다.

투자자들은 ECB의 역할 확대에 대해 실망했다.

시장은 ECB가 위험국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도록 하는 방안이 공식화되기를 기대했으나 무산됐다.

ECB는 9일 이탈리아 국채 등을 다량 매입했고 앞으로도 적절한 한도 내에서 소방수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EU 관계자들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내년 3월 정상회담에서 ECB의 역할 확대가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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