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새 재정협약’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결정을 놓고 영국내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캐머런 총리가 속한 보수당에서는 과감한 그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지만 야당과 산업계로부터는 영국이 유럽내에서 고립될 지도 모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자민당의 당수인 닉 클레그 부총리는 캐머런 총리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당 내 논쟁의 조짐이 감지됐다.
캐머런 총리는 EU 정상회담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와 보수당 하원 의원들을 위한 만찬을 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EU통합 회의론자인 앤드루 로신델 의원은 만찬 분위기가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전했다.
로신델 의원은 지난주 국회에서 캐머런 총리에게 브뤼셀 정상회담에서 의지를 꺽지 말 것을 당부했던 인물이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도 캐머런 총리의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이날 B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총리의 결정은 런던 금융지구인‘시티’를 규제에서 빼주려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금융 중심지에 대한 올바른 규제에 관한 것”이라며 영국이 유럽 내에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일부 보수당 의원들은 캐머런 총리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보수당의 마이클 헤셀타인 의원은 캐머런이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분석했다.
헤셀타인 의원은 “캐머런이 시티의 이익을 보호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나만 홀로 동떨어져서 그들의 이익을 보호할 방법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클레그 부총리도 “캐머런 총리가 영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고 전해졌다.
클레그 부총리는 캐머런 총리가 협상에 실패해 국가이익·일자리·경제성장에 해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했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뿐 아니라 기업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광고 대행사 WPP의 마틴 소렐 대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캐머런의 결정은 영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가 보호하려 했던 시티는 “캐머런이 자신의 역량을 과신했다”고 평가했다.
시티의 한 관계자는 “그것은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립정부 내 소수당인 자유민주당 내 일부 의원도 거부권 행사로 인해 영국과 유럽이 ‘2개의 속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는 “정상회의 결과는 총리의 취약성을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언론들의 평가도 극명하게 갈렸다.
타블로이드 더선은 1면에 캐머런 총리의 사진을 싣고 ‘불도그 총리가 영국을 방어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머런의 결정 때문에 런던의 시티가 경쟁 상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프랑스 파리에 뒤처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