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팔이시대로 돌아간 민주당 전당대회

입력 2011-12-12 10:25 수정 2011-12-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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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욕설과 삿대질은 기본이었고 시너·살해 협박에 의자 등 각종 기물이 날아다녔다. 뒤엉킨 난투극에 부상자가 속출했고 심지어 인분마저 등장했다. 한 여성 당직자는 뺨을 맞았고, 단상 아래로 떨어진 당직자들 사이에선 비명이 흘러나왔다.

80년대 용팔이 사건을 방불케 한 막장 드라마는 TV를 통해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눈살을 찌푸린 유권자를 향해 민주당은 “통합이 결의됐다”며 “반드시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고 소리쳤다. 부끄러움은 온데간데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지친 국민이 대안세력을 갈구한다지만 이건 아니었다. 야권통합의 대의와 명분은 추진과정에서 드러낸 추태로 진정성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상처 입은 난파선을 믿고 함께 노를 저어갈 국민은 그 어디에도 없다.

“통합은 시대적 명령이다” “민주당을 지켜야 한다” 등의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가 판을 쳤지만 본질은 이해 다툼이었다. 통합을 완성 짓고 대권주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손학규 대표와 차기 당권에 집착하는 박지원 의원 간의 진흙탕 싸움이었다. 여기에 내년 총선 공천을 눈치 봐야 하는 의원들과 그들이 동원한 대의원들이 가세해 한바탕 찐한 살풀이를 한 것이다.

결과가 도출됐다고 해서 과정마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토론과 타협, 표결과 승복의 절차는 막무가내 조폭싸움으로 변질돼 버렸다. 정치력은 민주당내 그 어디에도 없었다. 법정으로까지 싸움이 이어질 태세다. 정치적 동지집단인 정당 내홍조차 추스르지 못하면서 사회 제 집단과 지역, 계층간 조화와 통합을 주창하는 것은 말 그대로 주장만을 위한 주장이다.

민주당은 왜 안철수가 탄생했는지, 왜 안철수에 열광하는지 다시 한번 인식하고 자기 반성 없이는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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