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協 신인왕 정연주, “저, 2억원 소녀 됐어요”

입력 2011-12-1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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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존재감 없던 제가 한번의 우승으로 ‘2억원 소녀가’ 됐어요.”

한파가 찾아온 지난 8일 저녁, 내내 대회만 출전해 지쳐있을 법한 정연주(19·CJ오쇼핑)를 만나기위해 홍대를 찾았다. 멀리서 달랑 흰색 티셔츠에 흰 목도리를 두른 소녀가 누군가를 찾는 모양새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기자는 곧 달려가 그의 어깨를 치면서 인사를 건넸다. “왜 이렇게 춥게 하고 왔어요?” “너무 바빠서 옷을 살 시간이 있어야 말이죠.” 요즘 그의 생활을 짐작케 하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상을 받은 정연주. 이날 스무살 소녀 정연주를 만나 그녀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평소 경기장에서 비춰진 그녀의 모습은 나이에 비해 냉철하고 무표정한 모습이 강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사석에서 만난 정연주는 수줍음과 유쾌함을 동시에 가진 귀여운 앳된 소녀였다.

“여가시간에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러 다니는데 이렇게 예쁜 카페는 처음이에요. 여가시간이라 봤자 일년에 2~3번이 전부지만요”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우연히 아빠와 함께 갔던 연습장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당시 사업을 하고 있던 아버지는 정연주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발레, 수영 등 여러 예체능을 시켰다고 한다.

“처음에는 오빠에게 운동을 시켰었어요, 그런데 오빠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제게로 관심이 돌아 왔지요. 제가 곧 잘 하자 아버지가 골프채를 잡게 하셨어요”라며 “당시 박세리 언니가 굉장히 유명할 때였는데, 제가 박세리 언니처럼 되고 싶다며 골프채를 휘두르더래요. 사실 전 기억도 안나지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잡은 이날 시험기간이었다. 그는 그동안 경기 때문에 제대로 못한 수업의 리포트를 작성하느라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학교생활에 대해 물었다. 또래 친구들과 일년중 가장 많은 시간을 캠퍼스에서 보내야 할 나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필드에서 보내고 있는 그는 학교생활을 많이 못해 아쉽다고 했다.

“경기 때문에 가끔 가는 학교지만 늘 즐겁고 재밌어요. 골프가 개인운동이라 다른 종목으로 입학한 학과 친구들과 서먹하지만 친해지려고 노력한다”며 “한번은 골프로 입학한 남자 동기 중 한명이 대회에서 우승해 1억원의 상금을 받은 게 알려지면서 그 친구가 영웅이 된 적이 있죠. 그 친구가 ‘연주는 2억 받았다’고 말한 뒤부터 제 별명이 2억 소녀가 됐어요”라며 일화를 털어놨다.

욕심이 많은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무척 많다. 30대가 되기 전에 세계일주를 해보고 싶다고. “많은 사람들이 세계일주를 꿈꾸지만 막연한 ‘꿈’인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정말 꼭 실현시키고 싶어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기타도 배워서 틈나는 대로 작곡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직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이 없다는 그의 이상형은 탤런트 정겨운. 마른 남자는 비호감이라는 그는 정겨운은 부드럽고 훈훈한 이미지와 개구진 인상을 동시에 가져 좋단다.

선수생활을 접으면 어떤길을 가고 싶냐고 묻자 “미련 없이 골프를 접을 거예요. 골프와 관계없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을 좋아해 아동심리학을 전공해 그쪽분야 에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그지만 늘 프로골퍼로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 정확하고 뚜렷했다. “한국에서 2년, 일본에서 2년 정도 투어생활을 하고 미국에 진출하고 싶어요”라며 “하지만 무조건 잘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제 자신을 혹사시키진 않을 거구요. 최고만 고집하는 정연주가 아니라 여유 속에서 골프를 즐기는 프로가 되고 싶어요.” 김부미 기자 bo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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