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집안싸움에 새해 예산안의 덜미가 잡혔다. 또 미디어랩, 국회선진화법 등 쟁점법안과 함께 한미FTA 피해보전 대책을 비롯한 시급한 민생현안도 제자리걸음이다. 대법관 임명동의안이 지연되면서 사법부의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그러자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면서 “한나라당 단독으로라도 국회를 열어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압박 배경엔 당 내홍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총의가 모아진 상황에서 재창당 여부만 쟁점으로 남았다. 물론 각 유력주자 및 계파 최대 이해인 공천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지만 이미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부여하기로 한 만큼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통합에 매진하고 있어 현재로선 등원 동력이 크지 않다. 특히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강경파가 김진표 원내대표의 등원 결정을 “백기투항”으로 치부하면서 한미FTA 무효화를 위한 장외투쟁을 고집하고 있다. 12일 등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던 의원총회도 14일로 연기됐다.
그렇다고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원내지도부는 소속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등원 여부 관련해 설문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미 상당수가 긍정적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기자에게 “현재 (87명의 의원들 중) 60명이 설문에 응했다”며 “이중 50명 정도가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등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3선의 정장선 사무총장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며 국회의 제 기능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당내 기류가 등원으로 가닥 잡힐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 사무총장은 당내 대표적 합리적 온건파다. 따라서 오는 14일 의총에서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당론으로 확정한 뒤 19일을 전후해 등원할 것이란 관측이다. 사퇴 직전에 몰렸던 김 원내대표는 힘을 받으며 의사일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토대를 마련하는 셈이다.
어렵사리 임시국회가 소집한다 해도 충돌의 복병은 산재해 있다. 우선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일자리 등 복지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간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최근 복지 확대로 정책기조를 고쳐 잡았지만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정부 입장을 마냥 외면하기엔 부담이 크다.
또 민주당이 대통령측근비리진상조사위를 꾸리고 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경우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도 관심사다. 홍준표 체제 종식의 직접적 원인인 된 ‘디도스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 실현 여부 역시 임시회의 쟁점으로 떠오를 예정이다. 이외에도 종편 개국으로 인한 광고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미디어랩법 제정을 둘러싼 혈전도 불가피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