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증권사들은 금융투자협회로부터 불우이웃돕기 김장김치 담그기에 동참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전달 받았다고 한다.
금투협 측은 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증권사들의 경우 증권사 자체적으로라도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금투협은 '릴레이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 행사'의 일환으로,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 및 투자자문사 등 22개 금융투자회사가 동시에 참여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좋은 행사에 함께 하자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지만 증권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었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연말이면 자체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행사를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고 갑작스럽게 행사 참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또한 증권사 자체 행사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행사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혐의로 증권사 사장들의 무더기 기소라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협회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회원사인 증권사들의 불만이 커져있던 것.
당시 증권사들은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금투협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금투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다.
이에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투협이 홍보성 행사에는 증권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정작 금투협이 나서야할 부분에서는 한발을 빼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옛날 일을 다시 꺼내기도 했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은행의 금융결제망에 가입하면서 분담금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은행연합회에 비해 소극적으로 대응해 증권업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는 것.
증권사들의 섭섭함(?)을 모르는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의 감정은 털어버릴 때가 됐다.
최근 황건호 회장이 차기 회장직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금투협 역시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됐다. 다가오는 새해 더욱 발전된 금투협과 증권사의 관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