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ine 해부학] 남자 + 땀 + 열정 = 영화 ‘퍼펙트 게임’

입력 2011-12-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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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5월 16일 부산 사직구장.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맹주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린 날이다. 이날 선발 투수는 지금도 전설로 통하는 고 최동원(롯데)과 선동열(해태). 이날 선동열은 56명의 타자를 상대로 232개, 최동원은 60명의 타자를 상대로 209개의 공을 던졌다. 결과는 4시간 57분 15회 2:2 무승부. 지금도 회자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당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논쟁과 판단 기준의 대상으로 삼던 “누가 더 강한가”란 질문에서 시작한다. 물론 ‘누가’의 주인공은 ‘최동원’과 ‘선동열’이다.

2009년 ‘인사동 스캔들’로 인상적 장편 데뷔를 한 박희곤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강자가 지배한 ‘완벽한 게임’이 아닌 열정과 땀이 만들어낸 ‘완벽한 게임’이 그 당시 사람들의 가슴을 어떤 식으로 설레게 만들었는지를 기승전결로 나눠 그린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는 팩트와 픽션을 교묘하게 넘나든다. 두 주인공, 최동원(조승우)과 선동열(양동근) 역시 실명으로 등장한다. 때문에 흥미는 어느덧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의 활약상을 기억하는 30대 이상이라면 참 반갑다.

첫 장면은 1981년 대륙간컵 야구대회. 실제 야구계 5년 선후배인 두 사람은 영화에서도 고참과 막내로 나온다. 지금은 전설로 통하는 선동열은 풋내기 신인. 반면 최동원은 불세출의 슈퍼스타.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 시작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았나. 캐나다와의 결승전 9회말 2:1로 앞선 상황, 원아웃에 주자는 만루. ‘슈퍼맨’ 최동원이 등판한다. 연속 삼진과 함께 결과는 한국의 우승. 이를 지켜보는 선동열은 다짐한다. ‘최동원 선배와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중간 과정 생략과 함께 끝으로 가보자. 영화는 최동원과 선동열 두 전설의 맞대결이 이뤄낸 뜨거운 열정이 이 영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토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선동열의 열등감에서 출발한다. 물론 둘의 관계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한 감독의 장치다. 팬들의 기억 속 선동열의 익숙함이 무너지는 시점.

하지만 프로야구 진출 뒤 두 사람의 관계는 역전된다. 누구나 기억하는 선동열의 ‘불패’ 행진과 달리 최동원은 내리막을 걸으며 고뇌한다. 그럼에도 선동열은 항상 노력과 정신자세 그리고 독기에서 최동원을 넘지 못한다는 평가에 힘들어 한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단 세 번의 맞대결이 성사된다. 1승 1무, 그리고 1987년 5월 16일. 그 경기다.

대강의 줄거리는 여기까지다. ‘퍼펙트 게임’은 스포츠 영화가 가져야 할 역동성과 빠른 진행 방식보단 두 인물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에피소드에 주력한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시퀀스(sequence·영화에서 몇 개의 관련된 장면을 모아서 이루는 구성단위)별 간격이 벌어지는 약점을 노출한다. 관객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는 시간을 주는 셈이다. 익숙한 팩트 위에 전혀 익숙치 안은 픽션을 섞은 탓이다.

128분이란 다소 긴 러닝타임 중 하이라이트는 후반 40분에 펼쳐지는 마지막 세 번째 경기. ‘열정’과 ‘꿈’이란 이상적 목표점을 보여주기 위해 감독이 택한 부분은 최동원과 선동열의 가쁜 숨과 일그러진 얼굴, 상처투성이 어깨, 짓이겨진 손가락 상처 뿐. “이런 상태에서도 그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마운드를 지켰나”라고 묻는다. 극중 스포츠 신문사 여기자로 출연한 최정원이 내 뱉은 “이런 경기 본적 있어요?”란 대사도 한 몫 한다. 순식간에 신파로 건너뛴다.

영화 초기 두 사람의 맞대결이 당시 정권의 지역감정 조율을 위한 작품이라고 언급한다. 물론 픽션에 가깝다. 하지만 결말부의 해피엔딩(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은 영화적 해석이자, 단순 영화로 보기에도 헛헛한 웃음만 나온다. 스포츠 영화의 미덕은 ‘퍼펙트 게임’이 그린 그것은 분명 아닌데 말이다. 선동열의 열등감에서 출발한 시작과 후반부의 명승부. 기억 속에 남는 건 딱 두 가지다. 사이좋게 픽션과 팩트 하나씩.

최동원을 연기한 조승우와 선동열로 변신한 양동근의 열연은 돋보인다. 또한 향수를 자극했다는 점에선 평균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스포츠 영화’가 다시금 어렵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작품 그 이상, 이하도 아닐 듯하다. 개봉은 오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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