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로망이…" 나이·직급 뛰어넘어 '직장인 밴드' 열풍

입력 2011-12-14 15:32 수정 2011-12-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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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26.5% "현재 악기 배우는 중"…공연 통해 사내커뮤니케이션에 도움

▲현대모비스 직장인 밴드 '모비션'이 2011년도 신입사원 수련회에서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 모 대기업 6년차 김모(35) 대리. 최근 주변 지인들로부터 얼굴색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잊혀졌던 자신의 꿈을 최근 다시 접했기 때문. 바로 직장인 밴드를 통해서다. 김 대리는 요새 직장인 밴드 활동을 하면서 과거 학창 시절의 추억과 열정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는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 기타 연습을 하고 있다. 올해 회사 송년 모임 때 축하공연을 요청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 직원들 앞에서 공연해야 한다는 사실이 긴장되지만,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다. 그날을 기대하며 요샌 집에서도 기타 줄을 퉁기고 있다.

타 회사의 직장인 밴드와의 연합 공연도 김 대리가 손꼽아 기다리는 이벤트 중 하나다. 연말에 홍대 근처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같은 회사가 아니더라도 음악으로 뭉친 이들에게 다른 직장인 밴드도 인생의 동료다. 김 대리에게 직장인 밴드는 회사 생활의 큰 즐거움이 됐다.

최근 직장인 밴드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올들어 TV 등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급증한 것과 무관치 않다. 기타, 드럼 등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직장인 밴드의 숫자도 점차 느는 추세다.

이와 함께 직장인 밴드의 위상도 과거와 달리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직장인 밴드가 자기들끼리 연주하고, 만족했던 것에 그쳤다면 이제는 대내외적으로 회사 홍보활동까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TV 프로그램처럼 오디션을 진행하는 곳이 생겼고, 계열사들끼리의 연합 공연을 준비하는 곳도 생길 정도다. 직장인 밴드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반증이다.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직장인 밴드에 대해 살펴봤다.

◇단순한 악기 배우기에서 시작해 밴드활동까지= 지난해 기타를 처음 잡았다는 직장인 이모씨. 당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문득 악기 하나는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고, 지인에게 기타를 빌려 독학으로 기타를 시작했다. 이제는 한술 더떠 직장인 밴드 가입을 고려 중이다.

이씨는 “혼자 기타를 치다 보니 뭔가 허전함을 느끼게 돼 최근 직장인 밴드 가입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회사 내엔 밴드가 없어 외부 직장인 밴드를 물색 중이다”고 말했다.

이 같이 단순한 악기 배우기로 시작해 직장인 밴드 활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악기를 시작하면서 합주를 하게 되는 밴드활동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는 “보통 과거엔 밴드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 직장인 밴드에 들어왔지만, 최근엔 악기 하나를 배우다가 매력을 느껴 밴드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직장인들의 26.5%는 악기를 배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직장인들은 악기를 배우는 이유로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37.5%)’을 1위로 꼽았다.

◇직장인 밴드, 기업의 얼굴이 되다= 회사 내 직장인 밴드는 과거에 비해 위상이 높아졌다. 이젠 회사의 중요한 행사에 초청되거나, 공연을 통해 사회공헌활동을 직접 펼칠 정도다. 기업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5월 삼성그룹에선 ‘슈퍼스타S’라는 그룹 내부 오디션을 실시했다. 슈퍼스타S는 인기 오디션 TV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의 삼성판이다.

우승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내 직장인 밴드인 ‘메리고라운드’가 차지했다. 보컬, 키보드, 드럼, 기타, 베이스 등 5인조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자작곡으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이전에도 ‘메리고라운드’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타면서 삼성전자의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메리고라운드’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정지민 책임은 “맨 처음 대회 나갔을 때는 예선에서 꼴찌를 했다”면서 “그런 경험들을 통해 많이 배우고 한걸음 한걸음 내디딜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SK그룹도 최근 계열사 직장인 밴드 연합공연을 진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SK케미칼 ‘스칼라스’, SK에너지 ‘스크록’, SK건설 ‘스쿨맨’, SK텔레콤 ‘더밴드’, SK이노베이션 ‘스크롤’ 등의 7개 SK 직장인 밴드들은 지난달 26일 홍대클럽에서 합동공연을 했다. 공연 수익은 소외이웃들을 위한 사회공헌기금으로 전달했다.

스크락스 매니저인 SK케미칼 김성우 부장은 “기본적으로 관계사들에게 기업문화를 장려키 위해 직장인 밴드 연합공연을 진행하고 있다”며 “직장인 밴드는 이번 행사와 같이 사회공헌 등 회사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직장인 밴드 ‘모비션’도 공연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여름 홍대 클럽에서 밴드 공연을 한 후 수익을 독거노인촌 지원에 썼다. 또 ‘모비션’은 제주도에서 열리는 신입사원 입사식에서 매년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각종 중요한 행사나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모비션’을 찾는다고 한다. 현재 상무급 임원이 고문을 맡는 등 회사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직장인 밴드에선 직급이 필요 없다. 한 예로 ‘모비션’에선 직급과 상관없이 형, 동생이라는 호칭 만이 쓰인다. 회사 선후배가 아닌 음악을 매개체로 모인 ‘음악친구’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다. 또한 직장인 밴드에선 나이도 수치에 불과하다. 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의 송명석 이사는 49세의 나이에도 현재 밴드 ‘지음’에서 베이스를 맡아 왕성히 활동 중이다.

직장인 송모씨는 “직장인 밴드는 다른 회사 내 동호회에 비해 숫자는 적으나 활동은 오히려 더 활발하다”면서 “여기에 최근엔 공연을 통해 회사에도 기여하는 등 사내커뮤니케이션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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