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대학살의 신(神)…인간의 가식, 잔인성 폭로

입력 2011-12-21 13:37 수정 2012-01-0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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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신시컴퍼니)
만약 당신의 금쪽같은 아들이 남의 집 아들에게 맞고 들어왔다면 당신의 심정은 어떠할까.

연극 ‘대학살의 신(神)’은 11세 두 소년이 벌인 싸움으로 한 소년의 치아 두 개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하며 이들 부모가 만나서 일어나는 얘기다. 두 소년의 부모는 각각 겉으론 평온하지만 소통의 단절로 서로에게 무심하다.

인류애를 강조하며 다르푸르 분쟁에 관한 책을 저술중인 피해자 어머니 베로니끄와 그녀를 이해하는 척하지만 이해 못하는 남편 미셀, 그리고 가해자 부모인 변호사 알렝과 늘 남편에게 기죽어 사는 아내 아네트. 이들이 서로 마주보고 앉은 모습은 가식 대 가식, 조롱 대 조롱이 대치하는 격이다. 극은 교양과 예절이란 가식으로 자신들을 포장하지만 결국 서로 헐뜯고 싸우는 인간 욕망과 잔인성을 조롱하고 폭로한다. 작가는 이들 간의 대칭 구도로 서로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극한에 치닫는 대화를 유도한다.

또 가해자 대 피해자 구도에서, 부부 대 부부, 남편 대 아내 등 서로 엇갈린 시선에서 각자의 위선, 가식 등 본연의 모습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탁월한 연기력과 재치로 배우들은 90분의 시간을 긴장의 연속, 때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으로 이끈다.

알렝은“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한테만 관심 있는 거 아닌가요?”라며 냉철하고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출한다. 아네트는 교양있는 모습과 허례허식으로 무장한 여인이다. 반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늘 숨죽이고 살아온 인물로 분노가 극에 달하자 숨겨온 진짜 모습을 폭발시킨다.

“우리 아들이 당신 아들 때린 거 아주 잘 한거다. 인간의 의무니 원칙이니 이따위 것들 다 개소리야.” 이렇게 폭발하듯 한 여인의 분노는 관객을 당황시키기 보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든다. 이에 반해 베로니끄는“우린 세계의 시민이에요. 어떤 일이든 어디서 일어난 일이든 관심을 가져야죠”라며 지식인으로서 인류애를 강조한다. 하지만 결국 그런 일조차 자기애에서부터 시작한 이기적인 외침에 불과했음을 극은 보여준다. 이들 사이에서 능청스럽게 이쪽 저쪽을 오가며 편을 드는 미셀은 특유의 표정과 말투로 관객을 제대로 웃게 한다.

네 캐릭터의 앙상블이 격렬한 대결 심리를 잘 들어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대학살의 신’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지난 17일 막이 올라 내년 2월 12일 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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