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취소 소송을 위한 국내 유명 로펌들의 수임전(戰)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최대 190여개 제약사들이 당사자로 참여하는 약 1조 5000억원(약가인하액) 규모의 매머드급 소송을 따내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내년 4월 일괄약가인하가 시행되면 당장 매출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제약사들은 벼랑끝 심정으로 소송에 마지막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중소 제약사들의 참여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난 21일 오후 한국제약협회 4층 대강당.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의 제약 전문 변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90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약가 일괄인하 법률대응 설명회’자리였다.이 자리에서 김&장, 세종, 율촌, 태평양 등 4개 법무법인은 일괄약가인하 무효 소송 전략에 대해 차례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이는 지난 14일 협회 이사장단이 회원사가 자유롭게 선택한 로펌별로 그룹화해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 로펌은 이름만큼이나 쟁쟁한 보건·제약 분야 전문 변호인력과 소송경험을 무기를 내세우며 승소를 자신했다.
김앤장은 업계 1위의 명성과 함께 약가소송 최초 승소 경험 등 약가소송 분야를 개척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종은 최근 복지부를 상대로 리베이트 약가인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판결을 이끌어 낸 경험을 부각시켰다. 최근엔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과 제약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문경태 고문을 영입해 인적 진용도 갖췄다는 게 자체 평가다. 태평양은 최근 복지부와의 영상장비 수가인하 1심을 승소로 이끌어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이며 율촌은 행정소송과 대법원 승소율 1위의 강점을 갖고 있다.
대응논리도 치밀하고 전략적이었다. 김앤장은 “새 약가제도는 보험재정 절감이라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제약사 이익을 침해하므로 법률에 어긋나며 이미 등재된 약에 대해서 53.55%로 일괄인하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소급입법에 대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약가 고시의 집행정지 소송을 진행할 수 있으며, 승소할 경우 약가를 유지하는 효과를 노려볼만 하다는 논리다.
태평양은 약가인하 처분의 위법성에 대한 구체화·개별화 전략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김기영 변호사는 “약가고시 효력정지 처분에서 확실한 승소를 위해서는 개별 제약사의 구체적 사정에 기초한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약사들은 오는 28일까지 이들 법무법인 중 한 곳을 선택해 협회에 통보해야 하며, 이후 협회와 로펌간에 수임료가 협의되면 계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갈원일 제약협회 전무는 “협회 사무국, 각 회원사 법무팀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TFT를 가동해 전략적인 소송 진행과 합리적인 수임료 조종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