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 ‘패닉’…美·獨 마이너스 금리시대

입력 2011-12-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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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발 리스크 회피 심리 고조…회사채·국채 금리 역전도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리의 왜곡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일본·독일 국채에 자금이 몰려 마이너스 금리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럽·신흥국에선 자금이 빠져나와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는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일본 국채 보유 규모는 76조엔으로 지난 1년간 30% 증가했다.

지난 19일 실시된 단기채 입찰에서는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 배율이 8배를 넘었다.

미 국채와 독일 국채에도 일본 국채와 맞먹는 수준의 자금이 흘러들고 있다.

특히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단기채 수요가 강해 이달 들어 1~6개월물 금리는 마이너스에 거래됐다.

독일의 3개월물 국채 금리는 한때 -0.06%를, 미국의 1개월물 국채 금리는 -0.01%를 나타냈다.

미즈호증권의 스에히로 도오루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독일 단기채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가격 하락 리스크가 작고 안전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무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자금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의 달러 스왑 금리 인하의 파장이 퍼지고 있다.

은행이 손해를 감수하고 돈을 빌려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불똥은 고스란히 신흥국으로 튀고 있다.

상환 기간이 길수록 국채 금리는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태국에서는 최근 2년물 국채 금리가 3%대로 5년물의 2%대를 뛰어넘었다.

포르투갈 역시 2년물 국채 금리는 14%대인 반면 10년물 국채 금리는 12%대였다.

인도도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가 8%대로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장·단기물의 금리가 역전된 것은 당국의 자금 회수에 대비해 단기채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헝가리의 경우 자금 유출과 자국 통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 20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개월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 폐해는 회사채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량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국채 금리를 밑도는 신용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탈리아의 전력 대기업 에넬의 5년물 금리는 5%대 초반으로 6%가 넘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스페인 휴대폰 업체인 텔레포니카의 1년물 회사채 금리도 3.2%로 스페인 국채 금리보다 0.1% 정도 낮다.

국채의 신용도가 더 높은 것이 정상이지만 채무 위기로 인해 국채에 매도 압력이 과해지면서 빚어진 상황이다.

금리 체계가 왜곡된 것은 기존의 위기와는 달리 금융 시장에 자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대규모 금융완화가 진행되면서 세계 달러 유통량은 6조달러를 넘어 최근 5년간 2.5배로 불어났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이 일제히 리스크 회피에 나서 특정 국가에 거액의 자금이 몰리면서 금리가 극단적인 양상을 보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회피 심리가 가속화해 금리 폐해가 확산하면 실물경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신흥국들은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 설비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특정국가로 자금이 치우치면 자금 순환이 안돼 세계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마이너스 금리

채권 거래에서는 매매 가격이 오르면 만기까지의 투자 수익을 나타내는 금리는 하락한다.

시장 혼란 등으로 특정 국채에 인기가 집중되면 매매 가격은 급등한다. 이 때 가격에는 상한이 없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넘으면 금리는 0%를 밑도는 상태에 빠진다.

계산상 투자자가 금리를 부담하고 구입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다시 말하면 손해를 각오하고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를 통한 이익보다는 얼마나 현금화하기가 쉬우냐를 우선시할 때 일어난다.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도 단기국채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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