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국회...잠자는 법안 7600여건

입력 2011-12-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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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생 법안 상당수…묻지마 입법·여야정쟁이 원인

정치권이 한미FTA, 예산안, 디도스특검 등 정쟁으로 한달여 공전됨으로 인해 국회서 잠자는 법안이 7600여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23일 현재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법안 수는 1만3447건. 의원 제출안이 1만1781건(87.6%), 정부 제출안이 1666건(12.4%)이다. 이 가운데 국회에 계류된 법안만도 무려 7577건에 이른다. 18대 회기가 끝나감에도 절반 이상의 법안이 잠자고 있다는 것이다.

18대 국회 법안처리 기간도 평균 230여일이나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6대와 17대 때에도 각각 1514건, 5480건의 법안이 폐기됐고, 18대 국회 회기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점에 비추어 보면 이번에도 수 천 여건의 법안이 무더기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원들의 무책임한 입법 남용과 여야 정쟁이 주된 이유다.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 차원의 민원성 입법을 남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회적 이슈가 터져 나올 때마다 경쟁적으로 이뤄지는‘묻지마식’ 입법도 문제를 더하고 있다.

한 예로 영화 ‘도가니’가 불거졌을 당시 성폭력 방지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법안 수 십 여개가 쏟아져 나왔는데, 이미 같은 법안이 제출돼 있거나 중복 입법이 많아 폐기되거나 철회한 법안이 많았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야가 쟁점을 두고 한바탕 벌일 때면 어김없이 법안처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논의 조차 해보지 못하고 회기 종료로 자동폐기 되는 법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계류 중인 법안 중엔 경제와 민생에 직·간접 영향을 주는 것들이 많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제·민생법안은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3년 연장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한미FTA 추가 피해대책 법안’, ‘중소상인 지원법안’ 등이다.

중소상인 지원법안중 중소기업의 가업상속공제한도를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상속·증여법 개정안’이나 R&D 입문 단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 개정안’은 중소업체 입장에선 시급한 문제다.

영세소상공인들의 세 부담 완화를 위해 간이과세 기준금액을 상향조정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같은 경우도 서민경제와도 직결된다.

그럼에도 새해예산안 심사에 몰두중인 여야는 올해 600여건의 법안만 처리키로 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금관련된 법안이나 쟁점이 있는 법안은 좀 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 4월에는 19대 총선이 있어 해를 넘긴 법안들이 제대로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여야가 법안자동상정제를 도입키로 합의한 만큼 19대 국회부터는 법안처리의 유연성이 더해질 전망이다. 자동상정제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일정기간 내 안건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로 각각 자동 회부하는 제도다. 황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진 만큼 자동상정제를 연내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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