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의 조합설립이 무효가 된 뒤 사업을 재추진하면 가구당 3800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기간은 2년 3개월이 지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정비조합 설립 동의의 하자 및 흠결 치유 방안’이라는 연구보서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정비조합이 설립인가 무효 판결을 받으면 사업기간은 27개월 지연된다고 23일 밝혔다.
또한 정비사업 절차를 다시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가구당 3800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결론은 1000가구 기준에 조합원 650명, 이주비 평균 2억원, 공사기간 30개월, 연면적 16만5000㎡의 규모였을 때 나온 수치다.
사업기간 지연과 사업비 증가는 주택공급에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월세 부족난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분양가에 손실분이 반영되면서 분양원가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합설립 인가 처분 무효에 따라 정비사업 전체가 무효가 되면 사회적 손실이 이익보다 많다. 이익은 정비사업에 반대한 조합원에게 발생하지만 손실은 다수 조합원과 국가·지자체 등 정비사업의 주체 대부분이 떠안아야 한다.
강운산 건산연 연구위원은 “현재 실질적인 제도나 장치가 없어 조합설립을 처음부터 다시 시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조합설립 무효의 원인이 되는 하자나 흠결을 자체적으로 시정한 후 치유해서 조합설립 변경 인가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은 “하자나 흠결 치유 대상을 제한해서 제도의 악용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며 “특히 △무효 소송 제기 기간의 제한 △조합설립 동의서의 보완 △정비조합 설립 인가시 심사의 강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