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당대불패’, 장애인의 다리가 되다.

입력 2011-12-2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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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배에서 우승한 당대불패
“달리고 싶은 마음은 말이나 사람이나 같습니다. 아들 같은 ‘당대불패’를 위해 장애인 운동선수에게 튼튼한 다리가 되어줄 ‘핸드사이클’을 선물하고 싶습니다.”(마주 정영식)

“꿈만 같아요, 대통령배 우승했던 경주마 ‘당대불패’처럼 저도 꼭 런던올림픽 금메달로 보답하겠습니다.”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양정관)

동물이 거액의 성금을 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의 경주마 ‘당대불패’로 지난 11월 6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제8회 대통령배 대상경주의 우승상금 중 1억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한국마사회(회장 장태평)는 지난 21일 서울경마공원 관람대에서 기부금 전달식에서 기부금 1억 원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기부금의 첫 번째 수혜자로 어려운 형편 탓에 훈련 중단위기에 있던 장애인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선수 양정관씨(46·강남장애인복지관 장애인스포츠선수단)에게 최고급 핸드사이클을 전달했다. ‘당대불패’와 정영식(52) 마주는 1억 이상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된다.

‘당대불패’는 지난 11월 국산마 최고대회인 대통령배 2연패를 달성하며 총수득상금 16억1276만원을 기록, 기존 2005년 ‘새강자’가 가지고 있던 최다수득상금(15억3638만원)을 제치고 국내 경마사상 가장 많은 상금을 차지했다.

▲당대불패와 정영식 마주
정영식 마주(52세)는 “아들 같은 ‘당대불패’가 열심히 뛰어 벌어들인 상금을 아내와 함께 좋은 곳에 쓰고 싶어 알아보고 있었다”며 “그러다 동물기부 1호 경주마 백광의 기사를 보고 동물명의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사랑의 열매’에서 제안한 ‘장애인 핸드사이클 국가대표 양정관 선수’의 안타까운 소식에 흔쾌히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주마에게 있어 다리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희망의 다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때마침 알게 된 양정관 선수가 생활고와 장애 등 어려운 생활 속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어 안타까웠는데 앞으로 ‘당대불패’가 선물한 사이클로 국가대표로 발탁돼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정관 선수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고 평생을 목발과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오던 지체장애 2급 장애인. 그러다 2009년 대여받은 핸드사이클로 처음 참가한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서 4위에 입상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4월 전국 장애인 휠체어사이클 선수권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해 대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양 선수는 지난해 전국 장애인 사이클도로 선수권대회(국가대표 선발전) 개인독주 부문 1위 H3 개인도로 2위, 제 3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서울시대표선발전 서울시 대표 선발, 덴마크 장애인사이클 세계선수권대회 11위, 전국장애인 체육대회 개인독주 2위, 개인도로 2위 등 우수한 성적을 내 1년 남짓 훈련한 선수로서는 믿기 어려운 기록들을 만들어 냈다.

양 선수는 “휠체어를 타면 일반인과 동등하게 달리고 경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면서 “대통령배 우승했던 경주마 당대불패처럼 저도 꼭 런던올림픽 금메달로 보답하겠다. 그리고 언젠가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되면 장애인들에게 핸드사이클을 권하고,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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