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특성화고 학생이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격무 끝에 쓰러진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특성화고 실습교육 실태점검 자리는 결국 이렇게 요식행위에 그치고 말았다. 전날 “직접 실태점검에 나서겠다”고까지 이 장관의 발언이 공허한 메아리가 돼 버리는 순간이었다.
애초부터 방식이 잘못됐다. 이제 고교 3학년에 불과한 18세 청소년들이 교과부 장관, 교육청 부교육감, 회사 대표와 임원 등 ‘높은 사람’들이 빙 둘러선 자리에서 어떤 불만을 얘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학생들은 “만족한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임플란트 공장은 특성화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좋은 곳’으로 분류된다. 학생들의 답변이 진심이라고 치더라도 애초부터 특성화고 실습생들의 고민을 대변할 수 없는 곳이다. 현장에 배석한 남주호 서울공고 교감도 “다른 곳은 이직이 빈번한데 이곳만 이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높으신 분의 방문에 맞춘 계획된 쇼’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한술 더 떠서 행사가 끝난 뒤 엘리베이터에서는 학생들이 소속된 학교 교감교사와 노동청 관계자 사이에 “급하게 이런 좋은 곳을 마련하느라 수고가 많으셨다” 등의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이 장관이 정말 실습교육의 실태를 점검할 생각이었다면 보다 더 낮은 곳으로 향했어야 한다. 장관 앞의 학생들이 만족스러운 실습교육을 말하는 그 순간에도 기아차 공장에서 쓰러진 학생은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많은 실습생들이 가혹한 근무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