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유럽발 재정위기에 한국 은행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 은행들의 신용위험은 경제 경착륙 우려 등으로 두세 배 급등했지만 국내 은행들의 신용위험 상승률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유럽계 은행들이 내년 본격적인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 나서 신흥국들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음에도 한국은 계속 ‘안전지대’에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말 이후 70%가량 상승했다고 국제금융센터는 27일(현지시간) 보고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신용도가 나빠져 채권을 발행할 때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4대 은행의 지난해 말부터 지난 20일까지 CDS 프리미엄 상승률은 하나은행 65.7%, 국민은행 70.1%, 우리은행 62.9%, 신한은행 64.6%다.
국책은행들은 수출입은행 76.1%, 기업은행 75.4%, 산업은행 79.2%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60~70% 올랐으나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인도 등 주요 아시아 국가보다 낮다.
이탈리아 최대은행인 유니크레디트는 192%,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는 148% 각각 상승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163%, 152%로 각각 치솟았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은 225% 급등했다.
인도 최대 민간은행인 ICICI는 147%, 중국의 4대 국유상업은행인 중국은행은 125% 올랐다.
전문가들은 한국계 은행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금융위기에서 다소 벗어나 있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 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하거나 높인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방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끌어다 쓴 것이 은행의 부실여신비중을 높인 것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포트폴리오자금 유입액 중 유로존 비중을 보면 한국은 21.61%로, 주요 신흥국 15개국 가운데 11번째로 작았다.
해당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헝가리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2일 “헝가리는 경제위기 해결 능력이 불명확하다”며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강등했다.
한국의 유로존 단기채권 투자 비중은 4.23%로 16개국 중 12위를 차지했다.
총수출 대비 유로존 수출 비중은 16개국 중 12위인 8.1%였다. 이 비중은 체코가 가장 컸고 폴란드·헝가리·영국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유로존 수출 비중은 3.7%에 그쳤다.
한국의 유로존 은행에 대한 차입의존도는 약 20%다. 헝가리·체코·폴란드 등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유로존의 디레버리징이 심화하면 헝가리·체코·폴란드 등 중유럽 3개국과 영국·중남미 일부 국가가 가장 취약할 것이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