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이번엔 유로에 대한 엔고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런던외환시장에서 29일(현지시간) 유로·엔 환율은 장중 한때 100.06엔으로 2001년 6월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자금이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유로에서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온 영향이다.
내년 초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대규모 국채 상환을 앞두고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 기업들의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 결과, 주요 기업은 2011 회계연도 유로·엔 예상 환율을 평균 108엔으로 잡았다.
유로 약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은 수출 비중이 큰 전기와 자동차 업계다.
유로·엔 환율을 105엔으로 잡은 소니는 엔이 유로당 1엔 오르면 영업이익이 연간 60억엔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유로·엔 환율이 100엔일 경우, 소니의 이익은 150억엔이 감소하는 셈이다.
도요타자동차와 캐논도 엔화 값이 유로당 1엔 오르면 연간 50억엔 이상의 이익이 감소한다.
기업들은 달러와 유로에 대한 엔화 강세로 타개책을 모색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건설 중장비업체인 고마쓰는 해외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고마쓰는 2011년도에 달러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엔고로 400억엔의 이익이 줄 전망이지만 제품 가격을 올리면 대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시장 비중이 20%인 악기제조업체 야마하도 내년 1월부터 유럽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3% 가량 올리기로 했다.
일부 기업은 유로 기준 비용 비중을 높이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도시바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LCD TV용 패널 일부 대금을 유로로 결제할 방침이다.
미즈호증권의 스즈키 겐고 외환 투자전략가는 “내년 유럽은 채무 위기 대응책을 실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서게 된다”며 “일본 기업들도 이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