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의‘현정권 핵심ㆍ실세 용퇴론'으로 불거진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위원의 발언에 비대위 좌장격인 김종인 위원이 가세 하고 나섬으로써 향후 당내 인적쇄신 과정에서 대대적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근혜 비대위’ 출범 이후 강력한 당 쇄신 드라이브를 걸면서 반발 세력이 늘고 있다. 특히 최고지도부 역할을 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전직 지도부를 포함한 친이(친이명박) 구주류의 퇴진을 주장하면서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퇴진 대상으로 거론된 홍준표 전 대표는 3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폐쇄적인 인선을 하는 바람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홍 전 대표는 “쇄신 전반이 도덕성과 강한 추진력을 가지려면 이런 불투명한 국가관을 가진 사람과 부패한 사람은 사퇴시키는 것이 맞다”며 용퇴론을 제기한 이상돈 김종인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자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쇄신은 모두의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쇄신 과정에서 쓸데없는 오해나 감정대립은 목표하는 본질을 훼손하고 이루고자하는 대의를 놓칠 수 있다”며 “쇄신은 한두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 “당을 깨자는 것이냐” “비대위가 무슨 국보위냐”는 말까지 나온 상황을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수도권 친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말 한 마디로 당이 좌지우지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상돈 비대위원은 28일 “현 정권의 공신이나 당 대표를 지낸 사람들이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가 아니다”라며 “그 사람들을 그대로 두고 쇄신을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당 쇄신을 위한 퇴진론을 꺼내들었다. 김종인 위원도 “제가 보기에는 일반 국민들의 생각이 그렇다고 생각한다”면서 가세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하루가 지난 29일 “부패한 인물(김종인)과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 사람(이상돈)에게 고개를 조아리면서 공천을 달라고 굽신대지 않을 것”이라고 반응했고, 정몽준 전 대표도 “소이부답(笑而不答. 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다) 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