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신년사 전문]

입력 2012-01-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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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기획재정부 가족 여러분,

시간만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엄격한 질서가 또 있을까요?

어김없이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참으로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해 우리 경제는 국내외에 걸쳐 예상치 못한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구제역, 이상한파, 집중호우 등 유난히 기상이변이 많았습니다.

아랍의 봄 때문에 국제유가가 치솟더니, 곡물가 폭등에 일본 대지진까지 겹쳐 공급충격이 그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선진국들의 신용등급 연쇄 강등을 비롯해 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란 핵 문제에 따른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휘모리 장단’처럼 숨 돌릴 틈 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급한 불을 끄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국민경제를 지키고 키워 온 여러분과 또 여러분의 가족을 사랑합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올해가 더 문제입니다.

경제여건이 더 어렵고 더 불확실합니다.

유럽 재정위기는 상반기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그렇게라도 된다면 다행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추어위기가 본격화되면 국내외 경제상황이 빠르게 악화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바둑을 둘 때 마음가짐을 정리한 위기십결(圍棋十訣) 중에‘상대가 강하면 스스로를 먼저 보강하라’(피강자보:彼强自保)는 말이 있습니다.

유럽 재정위기의 전이에 대비해 상황별 대응방안(Contingency Plan)을 다듬고 가계·기업·금융·외환 등 취약요인을 보강해 체력을 든든히 길러야 하겠습니다.

또 올 해에는 20년만에 양대 선거가 있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입니다.

하지만 선거 때문에 갈등이 고조되고 국정의 주요 의사결정이 미뤄질 수 있습니다.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선심성 공약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2차 대전후 정부의 인기영합주의로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아르헨티나, 방만한 재정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경제가 정말 어려워 질 때를 대비해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여러분이 나라살림의 곳간지기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꿋꿋하게 대응해 주기 바랍니다.

기획재정부는 유럽 재정위기와 양대 선거에서 파생될 위험으로부터 국민경제를 지켜내는 튼튼한 방파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서민들 고통은 더 커지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물가를 낮추고, 하나라도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지표와 그 추세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숫자에 매몰되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경제지표의 왜곡 해석이나 침소봉대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성적표는 숫자보다도 국민들께서 얼마나 ‘살 만한가’에 달려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국민들의 경제만족도가 참된 척도입니다.

국민 눈높이에서 더 열심히 발로 뛰어주길 당부합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올해 우리 경제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제조업과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로는 대외충격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서비스산업을 비롯해 내수 기반을 넓혀야 합니다.

요소투입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와 혁신으로 생산성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산업, 업종, 직역의 칸막이를 없애고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정부 입김을 줄이고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경제 외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해 졌습니다.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높여서 사회자본을 쌓아야 합니다.

법치를 세우고, 부패를 뿌리 뽑아야 합니다.

여성, 문화 등 소프트 파워를 키워야 합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녹색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나눔문화와 지도층의 도의적 책무(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확산돼야 합니다.

더 넓게 더 멀리 내다보고 경제를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전략기획 기능을 강화하겠습니다.

지난해 말 저는 예산안과 세법안 국회심의의 와중에도 여러 차례 법사위에 출석하였습니다.

교과위, 농식품위, 문방위, 지경위 등에서 통과된 법률안에 이견을 제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결과 해당법안들을 수정 또는 보류시켰습니다만, 일단 상임위를 통과한 뒤라서 바로잡는 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남은 2월 국회와 4월 국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기획재정위와 예결위 뿐만 아니라 모든 상임위와 법사위까지 파수꾼이 되어 주십시오.

불가피하다면, 저도 각 상임위와 법사위의 불청객 노릇을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해 부처간 칸막이도 낮추겠습니다.

자랑스러운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터널을 지나갈 때 비관주의자는 어두움만 보고, 낙관주의자는 터널 끝의 밝은 빛만 보고, 현실주의자는 터널과 빛, 그리고 다음 터널까지 내다 봅니다.

비관하지도 낙관하지도 말고 냉철한 인식을 바탕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 냅시다.

백 리를 가야 하는 사람은 구십 리에 이르고서도 이제 겨우 반으로 여긴다는 반구십리(半九十里)의 자세로 긴장을 풀지 말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 합시다.

전쟁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계기를 군사용어로 ‘반전요인(hinge factor)'이라고 부릅니다. 훗날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반전요인’으로 “대한민국에는 기획재정부가 있었다”고 역사가 기술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몸을 던집시다.

기획재정부 직원과 가족 여러분, 올 한해 만복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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