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갈등의 시대]"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절망감이 사회분열 불러

입력 2012-01-02 10:20 수정 2012-01-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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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다양화되는 갈등,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적으로 다양한 갈등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요즘, 대한민국을 갈등공화국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났던 세대 갈등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계층 갈등, 정부와 기업의 갈등, 등록금 반값 사태를 두고 벌어진 정부·정치권과 대학생들 간의 갈등 등 사회 곳곳에 갈등이 넘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있는 갈등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사회통합이 저해되면서 나타나는 분열현상과 이를 수습하기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규모의 사회적 비용 등 물질적·정신적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갈등표출이 이처럼 최고조에 이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희망을 갖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되고 국민들이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결국 사회구성원들 간의 갈등으로 표출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절망의 대한민국= “일생 동안 노력을 하더라도 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서울에 사는 이진희 씨(35·남)는 두 딸을 둔 전형적인 대한민국 직장인이다. 이 씨는 “육아문제로 전업주부 역할을 하다가 아이들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최근에야 생활전선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끼고 살더라도 경제적인 여유를 누릴 수 있을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라는 것. 이 씨의 이런 생각은 비단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이 씨의 생각이 2012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느끼는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실시한 ‘2011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생동안 노력을 하더라도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국민은 28.8%에 그쳤다. 이에 반해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 국민은 절반이 넘는 58.7%에 달했다.

특히 ‘노력을 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답한 국민들은 지난 2009년(35.7%)에 비해 6.9%P나 감소했다.

더욱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소비자 물가와 전셋값은 서민들을 더욱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전셋값 평균 상승률은 무려 14.8%에 이르면서 일부 세입자들은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월세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계층 갈등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불거졌다.

지난해 6월 사회통합위원회가 조사한 ‘분야별 사회갈등의 심각성’ 조사에 따르면 계층갈등이 3.92점으로 △노사갈등(3.91) △지역갈등(3.47) △세대갈등(3.43)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갈등’의 경우 2010년 조사에서도 다른 유형의 갈등보다 심각성이 가장 높은 항목으로 꼽혔다. 또 사회통합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갈등 유형에도 ‘계층갈등’이 59.5%로 1위를 차지했다.

◇MB정부 각종 갈등으로 몸살= 현 정부 들어서면서 각종 사회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집권 초반기 쇠고기 파동부터 천안함 폭격 등 대외적 사건에 의한 국론 분열 뿐만 아니라 방폐장 건설과 같은 국책사업에 따른 정부와 지역간의 갈등 역시 심심찮게 등장했다.

정권 후반기 들어서면서는 여느 정권들처럼 동반성장, 상생 등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재계를 옥죄는 형식으로 재계와 갈등을 빚었다.

특히 기름값과 통신비의 강제적 인하부터 기업이익의 강제 분담을 요구하는 ‘이익공유제’까지 시장경제체제를 부정하는 상식적이지 못한 정책까지 남발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압적인 시장개입은 선순환적인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 연말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다시 예전으로 회귀, 궁극적으로 서민과 영세 중소기업들이 다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정부의 무능함이 결국 지난해 ‘안철수 열풍’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현 정부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소식에 열광했고, 후일 안 원장이 박원순 시장을 위해 출마를 포기하자 안 원장에 열풍이 고스란히 박 시장에게로 이어졌다.

◇ 갈등, 해결에 초점 맞춰야= 전문가들은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리라고 말한다. 송 복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산업사회는 생산방식 자체가 기본적으로 경쟁구조”라며 “경쟁 자체가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현대사회가 서로 다름을 지향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갈등구조가 형성될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갈등은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제도개선이나 사회응집력 향상 등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는 정권교체시기가 맞물리면서 각종 사안을 두고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정권획득에만 매달린다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포퓰리즘적인 정책남발이 이뤄진다면 후일 그 책임을 결국 사회구성원인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박 준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줄어든 경제적 파이를 두고 분배갈등이 심화된다”며 “한국의 갈등관리역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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