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경제정책]전력 수요 예측 실패…대책은 국민들에 '절약' 요구 뿐

입력 2012-01-03 10:46 수정 2012-01-0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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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에너지 <상>발전 설비 증설 등 공급 위주 정책…피크타임 관리 못해 정전대란

▲정부가 겨울철 전력수급 관리를 위해 에너지 사용 제한을 공고한 지난해 12월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실시간 전력수급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올 겨울 전기 부족으로 비상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전력난 대처에 다양한 대책을 세워놓고 있지만 국민 여러분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겨울 국민들에게 전기를 아껴쓸 것을 대국민 연설까지 해가며 당부했다. 이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실패를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 수요ㆍ공급 예측실패가 원인 =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9.15 정전사태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수급 계획상의 기술적ㆍ계량적 오류 때문이라는 전문가와 정부가 예비설비를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지 못 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정부의 전력수급 정책이 실패한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 동안 정부는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펼쳐 왔다. 전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무작정 발전소를 지어 공급을 늘려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블랙아웃 위험은 전력수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력 사용 피크시간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처럼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일반 가정이나 회사, 공공기관에서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전력 사용량과 공급여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마트 계량기를 설치해 운영하는 한편, 피크 시간대 전력요금을 높게 책정해 수요자가 전력소비를 줄이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요관리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체계화되지 않았다. 특히 냉난방 수요 피크에 대비한 대책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쓰여지지 않거나 대부분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이상 혹서기와 혹한기 정전사태 발생 가능성은 항시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이상 기후변화에 따른 여름철과 겨울철 전력피크가 발생하는 것은 전체 전력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최대전력수요(피크 수요)는 1년 중 불과 며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서 발전설비를 무작정 증설하기보다는 피크 수요에 대응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정전이 일어난 9월15일 최대 전력수요는 6728만kW로 지난해 8월31일 기록된 최대전력 수요 7219만kW에 비해 491만kW나 적었다는 사실은 전력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피크 수요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 값싼 전기료가 과수요 불러 = 우리나라 전기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값싼 전기료로 인해 소비자들은 과소비를 하게 되고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8년 사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90%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지난해 255메가TOE로 세계 8위에 올라있다. 1인당 에너지 소비도 연간 5TOE에 이른다. 에너지 수입률이 97%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소비량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량을 메우기 위해 공급 위주의 정책을 일관되게 실시해 왔다.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 설비를 선택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해 나오는 발전 단가가 저렴하고 기후변화 협약을 대체할 수 있는 전력 공급 시설로 원전 시설이 대안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원전을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단가(2009년 기준)는 kW당 38원으로 무연탄 55원, 수력 84원, 풍력 107원, 연료전지 300원, 태양광 711원보다 싸다.

이에 따라 전기 요금 역시 kW당 주택은 119.85원, 일반 98.9원, 교육 87.2원, 농사 42.5원, 산업 76.6원, 가로등 81.1원, 심야 50.5원이다. 원가 대비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원가 보상률도 지난 2007년 93.7%, 2008년 77.7%, 2009년 91.5%, 2010년 90.2%, 2011년 86.1%에 머물고 있다.

우리 나라를 100으로 놓고 선진국과의 소비자 전기요금 차이를 따져보면 미국은 138, 프랑스 169, 영국 219, 일본 240으로 높다. 우리 나라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잣대다.

값싼 전기요금으로 전기 소비가 늘어나고 정부는 이 수요을 충당하기 위해 전력시설을 추가로 건설해 공급량을 늘린다. 하지만 지속적인 공급시설 확충에도 불구하고 전력피크 타임때 갑자기 늘어나는 수요는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난해 초 한파때 전체 전력량에서 전기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24%를 차지한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즉, 전기료가 싸다보니 값이 비싼 가스 난방 보다는 전력을 아낌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관리공단 고위임원은 “최대 전력수요(피크수요)는 1년 중 며칠에 불과하기 때문에 발전설비를 무작정 증설하기보다는 피크 수요에 대응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용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확충에 앞서 수요관리 정책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TOE(Tonnage of Oil Equivalent) : 원유 1톤이 발열하는 칼로리를 기준으로 표준화한 단위다. 1TOE는 원유 1톤(7.41 배럴)의 발열량 1000만k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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