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수많은 별들이 새로 떴고, 그만큼 많은 별들이 졌다.
삼성·현대차그룹은 뛰어난 실적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나머지 그룹들은 올해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투명 등으로 예년에 비해 비교적 소폭의 인사를 단행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올해를 빛낼 새로운 인물들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새롭게 ‘별’을 단 이들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한 보상과 함께 험난한 경영환경을 뚫고 또 다른 성과를 거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재계 총수 자녀들도 잇달아 승진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었다. 재계의 2012년 인사 특징을 4회에 걸쳐 분석한다.
총수 일가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모습이 과거처럼 부정적으로만 비춰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총수 자녀들의 직위가 향후 해당그룹의 경영권 승계시기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계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세 자녀(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의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이외에 많은 그룹에서는 총수 일가가 승진하면서 3세 경영에 속도를 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승진인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의 부사장 승진이다. 또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부장과 고 박정구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의 아들인 철완씨가 각각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들 승진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분리가 되면 재계 10위권에 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아직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점도 그들에게는 남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장도 상무보로 승진하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차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관장하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발령받아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나선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태양광 사업을 통해 세계 톱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김동관 실장의 역할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각 사의 현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인사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된 최치준 대표는 삼성전기 최초의 내부 승진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에서 CEO 후보군이 양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도 권영수, 허영호 대표 후임으로 각각 한상범 TV사업본부장과 이웅범 부품소재 사업본부장을 각가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재계 관계자는 “LGD와 LG이노텍은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분위기 쇄신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기·전자사업의 시황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에 내부 승진을 통해 안정 속 성장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과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LG도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그룹 부회장 숫자를 늘렸다.
동부그룹도 이종근 동부제철 사장, 우종일 동부한농 사장, 이재형 동부라이텍 겸 동부LED 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직급을 부회장으로 격상한 이유는 주요 계열사의 리더십을 강화해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아울러 미래에 대비해 첨단사업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적극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GS그룹도 올해 GS칼텍스로부터 물적분할 된 GS에너지의 최고 경영자로 나완배 GS칼텍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낙점했다.
삼성 관계자는 “과거 회장을 보좌하던 부회장의 역할과 달리 최근 부회장직은 풍부한 경험과 검증된 ‘성공 방정식’을 뉴 리더의 창조적 에너지와 결합,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달라는 의미가 부여됐다”고 밝혔다.
◇고졸 채용 확산 속 임원 승진 주목= 삼성그룹은 올해 임원인사에서 고졸 출신 6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김주년 상무. 김주년 상무는 지난 1986년 고졸 제조직으로 입사한 이후 1993년 무선단말 개발에 합류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김 상무는 특히 끊임없는 탐구열로 신기술과 신기능을 적용한 제품을 연이어 출시,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2회나 수상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업계 리더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재계가 고졸 채용을 늘리는 등 인재 활용방식을 다원화하는 만큼 재계에서도 고졸 출신 임원들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