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 압박과 각종 규제 속에서도 유난히 대박난 제품들이 많았다. 대부분 라면과 커피믹스 등 레드오션에서 이뤄낸 성과로 시장에서는 신규 브랜드의 반란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치 않는다. 대표적으로 라면시장 꼴찌였던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 하나로 라면 트렌드를 바꿔버렸는가 하면, 커피믹스의 차별화를 시도해 단숨에 2위에 오른 남양유업이 좋은 예다. 그들이 시장을 뒤흔들며 성공공식을 써내려갈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시장조사와 고객들과의 소통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꼬꼬면의 돌풍을 한마디로 ‘고객 참여형 마케팅’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 고객만족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1·2 세대 마케팅을 뛰어넘어 소비자를 기업 내부로 끌어들여 ‘능동적 파트너’로 만들어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김동원 교수(덕성여대 경영학부)는 “꼬꼬면은 제품의 퀄리티와 브랜드, 고객 만족도 등을 중요시하는 마케팅 1.0과 2.0 시대를 한꺼번에 뛰어넘어 고객이 해당 제품의 레시피 등을 발전시키고 토론하는 고객참여형 마케팅 3.0의 진수를 보여줬다”며 “소비자들을 기업 내부로 끌어들여 꼬꼬면 제품 출시 전부터 고객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은 꼬꼬면을 ‘득템’ 하고 시식하고, 개발 이후 물의 양까지 SNS를 통해 공유했다”며 “자신들이 개발에 참여한 것처럼 아이디어를 내고 또 서로의 레시피를 비교하면서 기업이 내놓은 상품을 자신들의 이야기인 양 정보를 교환했다”고 성공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제품이 나온 이후에도 라면을 끓일 때 물의 공식 권장량을 소비자들의 권고대로 550㎖에서 500㎖로 바꾸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맛에 대한 ‘서로의 소통’을 회사측이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꼬꼬면이 이제 반란의 중심에서 라면시장 주류로 완전히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붉은 국물 베이스의 라면에서 완전히 트렌드를 바꾸려면 후발주자들의 계속 시장에 쏟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달았다.
김 교수는 “새로운 트렌드로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 그 트렌드를 받쳐줄 경쟁사들의 제품이 필요하다”며 “백색국물 시장이 커지면 꼬꼬면은 리딩 브랜드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유회사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시장 진출에 대해 업계에서는 출시 초기 성공 보다는 실패 가능성을 높게 봤다. 주요 판매처인 대형마트 입점까지도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또한 25년간 구수하면서 달달한 커피믹스에 입맛이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쉽게 바꾸기 함들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양강체제의 틈새를 보았고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면 2위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김 대표는 시장조사 결과 가능성을 높게 봤고 CEO직을 걸고 홍원식 회장을 설득해 커피믹스 사업을 시작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기존의 경쟁자들이 놓치고 있었던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 틈새 공략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존의 커피믹스 제품들이 한결같이 ‘원두의 맛과 향’ 만을 강조한 것과 달리, 커피믹스의 또 다른 구성요소인 크리머에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진짜 우유를 넣어 ‘크리머가 다른 커피’ 를 전면에 내세우고 나온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전략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성장경 전무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2년이 넘는 시장조사 기간을 거쳤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커피믹스에서 무엇보다 ‘크리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냈다”고 말했다.
남양의 마케팅 차별화는 광고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프렌치카페카페믹스’ 회사명, 제품명을 모두 숨긴 채 오직 모델의 몸통과 다리만 노출된 상태에서 ‘커피는 좋지만, 프림은 걱정된다?’ 는 카피가 부각된 티저광고는 소비자에게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티저 광고 방영 후 한 달,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최대에 달한 시점에서 제품을 출시한 이후에야 남양유업은 ‘김태희’, ‘강동원’ 두 톱모델을 기용한 광고를 온전히 공개했다. 공개된 광고는 감각적인 영상과 ‘프림속 카제인나트륨을 뺐다’ 는 카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차별화 전략의 성공으로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판매고가 성장한 ‘프렌치카페카페믹스’ 는 지난 해 6월, 대형마트 기준 11.3%의 판매 점유율로 처음으로 한국네슬레를 제치고 국내 커피믹스 시장 2위에 오른 뒤 지속적인 매출 신장으로 보이며 1위 동서식품을 추격, 지난 11월에는 판매 점유율이 18%를 넘어서며 3위 네슬레와의 격차가 10% 이상 벌어지는 등 2위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