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출신 노동자 알롬 모하메드 자한기르(39)씨는 흑룡(黑龍)의 해인 2012년을 15년 한국 생활 중 최고의 해로 기억한다.
작년 말 기업은행 저축왕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은 데다 한국 국적을 조만간 취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상의 부상으로 고향인 방글라데시 왕복 항공권을 받았다.
그가 일하는 업체의 사장은 이 소식을 듣고 흔쾌히 한 달간의 휴가를 줬다. 아내를 포함한 가족 5명과 고국에서 꿈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알롬씨는 1년 넘게 월급 약 200만원 중 150만원을 기업은행에 넣어왔다. 월세 15만원마저 빼고 나면 그의 수중에 남는 것은 35만원에 불과하다. 이 돈을 아끼고 아껴 생활비로 쓰고 모국 가족에게 송금도 했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1997년, 방글라데시에서 일자리를 찾아 입국했다. 한국 생활 초기에는 한글이 서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생도 많이 했다.
이런 그에게 서광이 비친 것은 지금 일하는 경기도 화성 소재 전자부품업체인 바로닉스의 정배봉 사장을 만나면서부터다. 두사람은 다른 업체에서 관리자와 근로자로 만나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알롬씨의 근면성과 진실성을 눈여겨본 정 사장은 바로닉스를 창립하면서 다른 곳으로 이직한 그를 스카웃했다. 알롬씨는 정 사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부지런히 일한 덕에 엔지니어링플라스틱을 가공하는 능력이 나날이 발전해 이제는 여느 한국인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에 올라섰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머무는 그는 돌아오는 대로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귀화 신청을 낼 계획이다. 한국을 제2의 고국으로 삼고 싶다는 소망에서다.
알롬씨는 “귀화하려면 3000만원 이상 들어간 통장 등이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준비했다””며 “한국에 집도 장만해 정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사장은 9일 “알롬은 작은 회사 물건 하나도 허투루 쓰는 법일 없을 정도로 애사심이 투철하다”며 “알롬 같은 일꾼은 국내 기업, 나아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귀화 승인이 꼭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