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처럼 갤럭시 노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제품이 사실상 삼성전자의 ‘퍼스트 무버’ 전략이 반영된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경쟁사 제품을 벤치마킹했다면 갤럭시 노트는 창조와 혁신에 중점을 뒀다. 디지털(스마트폰)과 아날로그(손글씨)의 결합이다.
구본무 LG 회장도 새해 벽두 LG전자에 대해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들이 패스트 팔로어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 아이폰 쇼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 것이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선진 기술 등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시장 선도자’이며,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는 이를 빠르게 추격하는 기업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미 퍼스트 무버로의 입지 다지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초 출근경영을 시작한 이후 빠르게 퍼스트 무버로 변신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창의개발연구소 제도를 도입하면서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라는 흥미로운 슬로건을 내걸었다. 임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마음껏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조하라는 얘기다.
삼성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크게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지난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토크 콘서트 ‘열정락서(熱情樂書)’를 12회에서 올해 24회로 늘리고 삼성그룹 대학생기자단도 출범할 예정이다.
삼성 IT제품의 주 소비자인 20대들과 소통을 통해 젊고 창조적인 생각을 회사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구본무 그룹 회장도 시장 선도를 강조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전자IT 업계에서는 더 이상 시장을 빠르게 쫒는 데서 승부를 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6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 정책발표회’ 행사장을 찾아 새해 첫 현장경영을 펼치고 “좋은 품질의 좋은 제품을 남보다 빨리 내놔야 한다”말했다.
구 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서도 “3D TV와 LTE에서 보여준 것처럼 남보다 앞서 우리의 방향을 정하고,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시장 선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LG전자는 오는 10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12에 전시할 OLED TV, UD TV, 구글TV 등 차세대 제품을 행사 개막에 앞서 서둘러 공개했다. 삼성보다 한 발 앞서 내놨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